[씬터뷰] 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

관리자

대현마을 모던 레스토랑 및 농촌형 밀키트 리빙랩 프로젝트

할머니를 위한 '파스타'

시골살이에 재미를 더하다


▲ 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




#세대소통 #농촌문화 #먹거리

농촌 대현마을에 들어서니 커다랗고 육중한 트랙터의 굉음소리가 들려온다. 농사 준비에 한창이다. 기계는 보이는데, 어르신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의 문은 굳게 닫혀있고, 어르신들은 집 안으로 꽁꽁 숨었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농촌 마을의 풍경은 앙꼬 빠진 찐빵처럼 허전하다. 


조용하고 특별할 것 없던 대현마을이 오늘은 좀 시끌벅적하다. 허리가 호미처럼 굽은 할머니는 유모차에 기대어 느릿느릿 걸어오고 낯을 좀 가리는 할아버지는 마을 이웃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대현리 모던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귀촌 청년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첫 번째 점심 메뉴는 토마토소스로 만든 매운맛이 특징인 아라비아따 파스타이다. 농촌 어르신들이 따라 부르기에도 생소한 이름이다. 토마토 소스로 덮인 스파게티 면발을 크게 한입 집어물고, 오물오물 씹어본다. ‘어이쿠~’ 맵싹한 게 맛도 요상하다. 양 볼은 씰룩거리고 낯선 음식이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삐져나온다. 


대현리 모던 레스토랑을 기획한 초록코끼리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밀키트를 개발하고, 유통을 하며 농촌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영상 제작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회사이다. 창업을 위해 대현리에 자리잡은 초록코끼리 김만이(35) 대표는 마을 이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혼자 끼니를 챙겨 드시지 못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 농촌 어르신을 위한 대현리 모던 레스토랑



지역 어르신들에게 색다른 음식의 경험을 선물하다

“부부가 함께 지내다 한 분이 돌아가시면 끼니를 못 챙기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혼자 지내면 안 챙겨 먹게 되잖아요. 근근이 끼니를 해결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록코끼리가 지역에 정착하면서 ‘마을 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니 답은 음식이었어요. 어르신들은 파스타를 싫어할거야, 라는 편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 할머니께서 명란 크림 파스타를 제일 좋아하세요. 평소에 드시던 음식으로 대접할 수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아라비아따 파스타를 첫 메뉴로 정했어요.”


초록코끼리는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격주로 레스토랑을 열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음식 메뉴를 선보였다. 마을 어르신들의 한약재를 활용한 전복삼계탕, 지역에서 재배한 각종 채소를 활용한 밀푀유 나베, 지역 내 방앗간과 연계한 콩국수를 식탁에 올렸다. 밀키트를 개발하는 본업의 장점을 살려 지역 내 육류 스타트업 ‘미트보이’와 함께 보양식 밀키트를 만들어 마을에서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어르신들과 보육원 등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마을의 어르신들은 사업을 하기 위해 정착한 청년 이주민을 서서히 마을의 일원으로 바라봐주었다. 마을에서 어르신들을 마주칠 때 보여주는 따스한 표정은 김 대표의 가슴으로 전해졌다. 마을에 자연스레 뿌리내린다는 느낌이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김 대표와 함께 이주했던 초록코끼리의 팀원들은 생각이 달랐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김 대표만 믿고 이주한 팀원들은 당장 회사의 수익이 되지 않는 리빙랩 프로젝트가 이해되지 않았다.


▲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초록코끼리


“도시에서 저를 포함해서 5명의 청년이 홍성으로 내려왔어요. 저도 직장을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농촌에서 꿈을 펼치겠다고 내려온 거죠. 아무런 기반도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도시에서 매일 늦은 10시까지 야근하며 일하던 생활에 지쳐서 농촌으로 내려왔는데, 현실은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밀키트를 개발하고 제조하기 위해서는 단순 작업도 많았어요. 늦게까지 일하는 날도 


많고, 되도록 야근은 안하려고 했지만 알바를 구할 수 없었어요. 저도 그때는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어요. 힘든 팀원들의 마음을 헤아릴만한 여유가 없었어요. 일이 좀 일찍 끝나면 퇴근해서 맛있는 음식 만들어 막걸리 한잔하는 영화 같은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잖아요. 현실은 영화와 달랐어요. 밀키트를 만들고 남은 친환경 농산물이 사무실 창고에 쌓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음식을 해먹을 수 있지만 엄두도 못내요. 퇴근하면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대충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해요. 심적으로 여유가 없는데 리빙랩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니, 팀원들은 자

신이 생각한 창업과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 설득했지만 2명이 퇴사했어요.”


팀원들이 떠나니 막막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절실함이 대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역 안에서 문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 단체들에게 연락했다. 딱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니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덕분에 어르신들이 흥겹게 즐길 수 있는 노래교실을 열고, 지역 내 청년 연극단체 ‘나빌레라’와 함께 트로트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 지역 청년들과 함께 한 행사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지역에 내려오기 전부터 김 대표는 사업을 통한 매출보다 ‘농촌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정착’을 우선시했다. 그에게 농촌은 사업을 위해 잠시 머물다가 떠날 곳이 아니었다. 농과 대학을 선택했을 때부터 키워왔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장이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가능성을 엿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착을 잘해야 했다. 농촌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김 대표는 농촌에 사는 어르신에 대한 애정이 마음 깊숙이 자리했다. 진중하게 단어를 선택하려는 그의 눈빛에서 농촌 어르신의 인생을 얼마나 가치 있게 바라보는 지 읽혔다.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단편이라도 인생을 추억할 수 있고 삶을 기록하는 영상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작은 인간극장 같은 형태가 되겠네요.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영상을 보면 얼마나 행복하실까. 그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어 드리는 게 개인적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에요.”


리빙랩으로 큰 사업비를 받았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것보다 욕심을 부렸다. 분명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어떤 때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보다 더 많이 나아가려 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김 대표는 리빙랩을 통해 힘 빼는 방법을 터득했다. 


“올해는 지역 방앗간과 연계해서 사골곰국과 떡국떡을 밀키트로 만들어서 마을에도 나누고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했어요.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거니 맘은 훨씬 편해요. 사부작사부작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지역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일부러 홍보하려고 하는 활동은 전혀 아니에요. 리빙랩을 해보니, 문제에 대한 설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정확한 초점이 있어야 해요.

지원사업으로 뭘 얻으려고 하는 순간 고통이 될 수 있어요.

시행착오를 하며 배운 것은,

일단 시도하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고

도움도 받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작은 것부터 변화되면

사회 혁신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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