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터뷰] 아직 낯설지만, 우리 자주 만나요! - 보통의 혁신가 2기 와이&파이팀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당연한 세상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들을 낯설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때로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시설을이용할 수 없고, 이용한다 해도 주변 사람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2023년을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장애인이 숨지 않아도 되는 세상, 공공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장애인을 돌보는 몫을 사회가 고루게 나누어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발달장애아동의 가족들이 직접 나서 '와이&파이'팀을 결성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공간을 만들자는 메시지가 와이파이처럼 널리 퍼지길 바라면서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발견

이 보통의 혁신가 사업은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이민경 저는 인터넷 검색하다가 우연히 봤어요. 아이들 프로그램 때문에 종종 보는 인터넷 카페가 있는데 거기 올라와 있더라고요.
천안아산 지역소식에 공공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거기서 보통의 혁신가 홍보물을 봤어요.

홍성하 저는 1기 때 활동했던 걸 봤었어요. 그래서 2기를 모집하면 나도 한번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가끔씩 찾아봤거든요. 그러다가 발견을 해서 바로 신청했어요.


원래 이런 공공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어요? 아니면 이전에도 그런 걸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이민경 저는 그전에 한두 번 정도 해본 경험이 있어요. 충남 지역문제해결 플랫폼의 사업을 처음 해봤었어요. 공고를 봤을 때 개인도 가능하다고 적혀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내 이름을 올려보자고 했어요. 나중에 연락이 왔는데, 주제는 좋은데 혼자 할 수 있겠냐고 하셨어요. 회계며, 뭐며 역할이 되게 많다고요. 보통 원래 있던 그룹이나 단체에서 지원한다고 하셨어요. 그렇지만 제 동생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해서 둘이 했어요. 제가 냈던 의제는 발달장애아동과 비장애 형제자매를 위한 공간 만들기였어요.


보통의 혁신가를 참여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나요?

홍성하 이 시기에 발달장애 아이랑 엄마랑 같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거 보고 사람들이 ‘아이와 함께 자살한 게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살해한 거다.’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인터넷 카페에다 글을 썼어요. ‘키워보지도 않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발달장애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이 10명을 키우는 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자살이다, 타살이다 나누기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건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보듬어줘야 된다.’라는 제 생각을 적었어요.

그랬더니 댓글이 300개 가깝게 달리고 쪽지도 많이 왔어요. ‘이런 상황을 몰라서 그런 말을 했을 거다. 자신도 지나쳤던 부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알려주어서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 고맙다.’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몰라서 그랬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발달장애아동 가족이 겪는 이런 상황들을 더 널리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별거 아닌 사소한 것들의 끈이 연결되어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민경 씨는 발달장애인 부모가 아니신데, 어떻게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보통의 혁신가를 참여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나요?

이민경 동생의 아들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어요. 저희 아이랑 가까이 살고, 또래이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놀았어요. 조금 어렸을 때는 괜찮았지만 크기 시작하고 함께 갈 곳이 너무 제한적인 거예요. 

비장애인 아이들의 부모는 다 같이 키즈카페를 가거나, 문화센터를 가는데 저희는 갈 수가 없었어요. 갑자기 큰 소리를 낸다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발달장애를 모르는 사람들은 주목하게 되요. 그러면 아이들도 부모들도 서로 불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천변 같은 곳을 찾아다녀요. 아무도 없잖아요. 사람이 없는 곳만 찾아다녔어요. 

그래서 동생이 지나가는 말로 ‘우리 진짜 갈 데가 없다.’라고 했어요.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상황이라 뭔가 해결책을 제안하고 싶단 생각을 계속했어요. 특히 발달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에 관심이 갔어요. 이런 게 저희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도 함께 살아갈 공간 만들기

홍성화 씨, 이민경 씨 두 분다 모르는 상태에서 보통의 혁신가 참여자로 만나셨는데, 처음부터 두 분이 발달장애 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라는 같은 의제를 내놓으셔서 놀랐어요.

홍성하 맞아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놀 곳은 거의 놀이터, 키즈카페가 대부분이에요. 이런 곳에서부터 발달장애 아이들을 낯설게 보는
불편한 시선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함께 놀 수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발달장애아동 부모들이 동시에 느끼는 어려움 같아요.


통합 놀이터라는 의제에서 발달장애아동의 양육자와 연대하자는 의제가 새롭게 나왔잖아요, 그 이야기가 궁금해요.

홍성하 양육하는 사람들의 힘듦에 대해서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24시간 동안, 아이가 잠이 들 때 빼놓고 모든 것들을 보호자가 돌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양육자의 상황이 이렇다면 반대로 그 분들의 고생에 주목해서 쉼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고 했어요. 

이민경 저희 동생이 사는 아파트에도 발달장애아이가 한 명 있어요. 아빠가 데리고 다니는데 엘리베이터도 안 타시는 거예요. 아이를 보는 시선이 너무 불편해서 고층에 사는데도 항상 계단으로 다니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런 분들은 아무리 저희가 ‘놀이터에 오세요.’라고 말해도 오기를 꺼리세요. 이런 분들한테 ‘겁내지 않아도 되요. 우리 권리니까 숨길 일이 아니고 피해야 할 일 아니에요. 그냥 나와도 괜찮아요.’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캠페인 하던 날은 어떠셨어요?

홍성하 캠페인 했을 때 어머님들이 무척 좋아하셨지만, 촬영에 대해선 상당히 민감하셨어요. 아이가 혹시라도 노출되면 주변 분들이 낙인찍을까봐.
캠페인이 끝난 다음에도 ‘정말 얼굴 나오는 거 아니죠?’하고 계속 물어보셨던 분들이 많아서 속상했어요. 계속 이렇게 소극적으로 숨기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환경들을 누군가는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어요.

‘우리 아이가 이런 모습이야.’라고 다른 분들한테 얘기하고, ‘좀 다르구나.’라고 공감받는, 안쓰러운 시선을 받지 않는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홍성하 씨는 아이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처음부터 주변에 알리셨나요?

홍성하 아니요. 저도 아니었죠. 아이의 장애를 발견한 이후로 엄청나게 위축되더라고요. 별거 아닌 사소한 거에도요. 그렇게 아이를 감추다 보니까 우리 아이가 너무 불쌍한 거예요. 아이는 끝까지 저랑 같이 살아야 하는데 엄마인 나조차도 부끄러워하면 그때는 우리 아이가 누구에게 사랑을 받겠어요. 그 이후부터는 친구들에게 ‘얘는 이런 아이야.’라며 말하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니 아이가 점점 좋아진 것 같아요. 사랑을 받으면 받은 만큼 얼굴에서 티가 난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3살 이후부터 감추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양육자와 아이 모두에게 좋을지 항상 의문이 들긴 해요. 어떤 게 맞는지 모르지만 저는 모든 사람한테 편안하게 말하고 같이 더불어 살고 싶어요. 그 세상에 우리 아이도 행복하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마무리하시니까 어떠세요?

이민경 처음엔 막연하게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놀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의제를 가지고 갔는데, 구체화하라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리고 인식 개선을 하려고 하는 데 사람들을 모아다가 교육을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동시에 놀이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난감했어요. 하지만 보통의 혁신가 프로그램에서 계속 들었던 인상 깊은 말이 있어요.
‘많이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내 주위에 몇 명이라도 바꿔보라.’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됐어요. 저희 디자이너분도 그 말에 힘을 얻고 같이 열심히 해주고요. 굉장히 보람이 있어요.

홍성하 내 주변에 있는 사람한테 조금만 이야기하면, 그 사람도 또 다른 데 가서 얘기할 거 아니에요. 그 한 명이 다섯 명이 되고 다섯 명이 열 명이 되고요. 그런 프로젝트가 이 보통의 혁신가라는 거를 알았어요. 큰 거를 바꾸기보다는 내가 생각했던 불편함, 내가 바꾸고 싶은 작은 요소가 모여서 하나의 의제가 되고 캠페인이 돼서, 여러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아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주말에 몇 주 동안 와서 몇 시간씩 얘기하셔야 하는 건데요.

홍성하 힘들었죠.(웃음) 오늘 가지 말까? 힘든데. 그런데 가면 또 재밌었어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셨던 거예요?

홍성하 팀원들이 같은 의제를 가지고 이것을 성공시키려는 마음. 뭔가 조금 더 나아가게 해주고 싶은 의욕이나 열정들이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으쌰으쌰 힘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었어요.
내 일이 아니니까 사실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고 의견 내주시는 거 하나하나가요. 너무 좋았어요.



다음을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목소리

이 보통의 혁신가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더 하고 싶은게 있으세요?

홍성하 이다음 다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키즈카페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공공에서 만든 키즈카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디어는 매우 많거든요. 예를 들어 복지관에 키즈카페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시설만 좋으면 비장애인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많이 이용한단 말이에요. 그렇게 함께 놀면 그게 통합이잖아요. 그리고 영업이 어려운 키즈카페를 인수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장애-비장애 통합시설은 아니지만 서울에도 1시간에 3천원짜리 키즈카페가 있더라고요. 공간이 존재한다면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민경 2년 전에 천안시 정책 제안 공모전이 있었어요. 통합 놀이터는 조례가 있어야지 놀이터를 만들잖아요. 그래서 현재 시설들이 비장애인 위주니까 장애 아이들 위주의 시설을 30% 이상으로 하자는 제안했어요. 선정이 되긴 했는데 그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끝이에요.
그런 경험을 겪으니 ‘공공에서 해야 할 일을 왜 개인이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아무도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직접 나서고 있는 현실이 좀 슬프더라고요. 제 에너지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소리 없는 외침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개인이 이렇게 쥐어짜 내서 하는 게 아니고, 공공에서 필요성을 인지하고 진지하게 다루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외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었으면 해요. 이런 프로젝트들이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프로젝트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프로젝트를 끝낸 지금, 혁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홍성하 불편함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는 것이요.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불편함이나 어려움, 고쳐야 하거나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인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거기서부터 혁신이라는 게 나아간다고 저는 생각해요.
혁신이 대단한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이민경 저는 그냥 목소리 낼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낸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거거든요. ‘내가 이런 거 해도 돼? 내가 뭐라고? 해도 될까?’. 이런 의심이 계속 들긴 하는데요.
그래도 그 목소리를 어쨌든 밖으로 내보냈다면, 혁신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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