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터뷰] 협동조합 온양실험실 김다정 이사

충격어택,

친환경 활동의 자신감을 얻다


대학을 졸업하고 힘겹게 취업을 한 후 일을 하며 경력을 쌓는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자기계발도 해야 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열심히 살건 만 통장의 잔액은 제자리걸음이다. 피로감에 몸은 점점 축나고 하루의 설렘을 느껴본 지 오래다. 나름 성실하다고 자부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흔들린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협동조합 온양실험실 김다정 이사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어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서 3년 동안 일했던 직장도 나왔는데 부딪혀보니 만만치 않았어요.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연을 위한 리허설을 할 때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눈물이 났어요.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기도 하고 이것밖에 안되나 싶었죠.”




▲ 충격어택 차량과 운영자들



친환경 활동이 협동조합 창업으로

김다정(30) 씨가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환경 운동 하고 싶은데, 같이 할래?”라며 묻길래, 재밌을 것 같아 함께 하게 되었다. 아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지역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아산 덕후이다. 청년공동체 느루의 구성원이 되어 환경을 지키고 아산 지역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경험했다. 직장인으로 지내며 틈틈이 느루에서 활동했던 그녀는 어느 지점이 지나자, 직장 생활이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리빙랩을 통해 폐플라스틱 뚜껑을 새활용하는 기술을 익히면서 가슴 속에 도사리던 도전 의식이 꿈틀거렸다.‘친환경 창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 직장을 그만두기로 맘을 먹고 퇴사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는 “뭐 먹고 살거냐?” 걱정과 부정적인 말뿐이었지만, 그녀는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

 

김 씨는 이전에 활동하던 느루 구성원과 몇몇이 모여 ‘협동조합 온양실험실(이하 온실)’을 만들었다. 수익사업을 위한 사업체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동안 직장인으로만 살아온 그녀에게 사업체를 만드는 과정부터가 난관이었다. 외부에 맡기면 편할 수 있었지만 모든 과정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고 싶었다. 환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고민하던 중에 충남사회혁신센터에서 진행하는 ‘충격 어택’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트럭을 이용한 이동형 메어커스페이스를 구축해 충남 곳곳으로 찾아가, 친환경과 업사이클링(새활용)을 기반으로 한 메이킹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젝트였다. ‘해볼 만 하겠다’라며 지원했다.


▲ 다양한 업사이클링 체험이 가능한 충격어택 워크숍

 

온실은 충격 어택 1호차로 활동했다. 트럭을 개조해서 기계 설비를 설치했다. 폐플라스틱 뚜껑을 잘게 부숴 고형 틀에 부어 압력을 가하면 자석 홀더가 완성되었다. 언제 어디든 필요한 곳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기동성을 갖추었다. 축제나 행사가 열리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부스 형태로 체험, 전시형 워크샵으로 진행했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을 전시하고 과정을 설명하고 자석 홀더를 직접 만들어 보며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웠다.



병뚜껑으로 자석 홀더 만들어보고 가세요.

 행사장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정작 온실의 충격어택 트럭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마이크가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트럭이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관심을 가지고 볼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게 뭐야?’ 곁눈질로 말하면서 그냥 지나가는 분들이 더 많은 거예요. 관심을 끌기 위해 사출 기계의 레버를 계속 당겼어요. 소프트아이스크림 만드는 것과 비슷하잖아요. 사람들이 보면서 호기심을 갖게 되는 거예요. 그때부터 ‘이게 뭐에요?’ 적극적으로 묻기 시작했어요.”

 

참여 대상자가 명확하고, 워크샵 회차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교육형 워크샵으로 진행했다. 환경과 관련한 시각적인 자료와 흥미를 끌 수 있는 퀴즈,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까지 준비해서 학교로 찾아갔다. 워크샵 교안도 만들어서 사전에 연습도 했지만, 막상 학생들을 만나니 연령대에 따라 이해하는 정도가 달랐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의 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초등학생이 대상일 때는 전혀 달라야 했다.


‘내가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할자격이 있나?’라는

의구심이 올라오면 김다정 씨는

충격어택을 진행하며 만났던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린다.

 


▲ 1.2톤 트럭을 활용한 충격어택 차량



“직접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런 의심은 사라지고,

조금씩 자신감이 채워지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잖아요.”

 

“초등학생은 저희가 사용하는 기계를 설명할 때도 ‘사출기’라고 하면 전혀 못 알아들어요. 만드는 원리를 설명하려고 ‘컨플레이션’ 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이에 맞게 쉽게 전달해야 했어요.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는 일은 어려웠어요. 충격 어택을 3개월 정도 진행했는데, 그 짧은 기간에 연령대별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기에는 좀 부족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멋들어지게 해내는 외향적인 스타일도 아니었던 김 씨가 트럭에서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목소리가 덜덜덜 떨린다.“충격을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저희는 충격 어택 트럭입니다.”

 

미리 준비한 문구를 간신히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외쳤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자원순환 업사이클링 작업 한번 체험하고 가세요.” 좀 더 큰 목소리로 외쳐본다. 의미는 좋지만 사람들에게 와 닿지 못했다.


 

병뚜껑으로 자석 홀더 만들어보고 가세요.

 

▲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설비


사람들의 눈이 트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김 씨는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어떻게 관심을 끌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처음의 떨리던 목소리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즈음 당차고 강한 목소리가 되어 자동적으로 나왔다.

“원래 남 앞에서 말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환경적인 메시지를 전달 할 때 당당해야 하잖아요. 초반에 충격 어택 활동을 할 때는 목소리나 몸짓에 자신이 없었어요. 계속 부딪혀 가면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 지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버튼을 ‘툭!’ 누르면 바로 말이 나올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아요. 매 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회혁신, 스스로의 가능성을 찾다

▲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김다정 이사



초등학교 교육 워크샵을 진행한 어느 날, 교육 수업이 끝나고 정리하는 중이었다. 8살 학생들이 김 씨에게 다가왔다. “지구를 지켜줘서 고마워요”라며 10여명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포옹에 약간 놀랬다. ‘지금까지 활동한 게 의미가 있었구나.’ 온몸으로 실감이 되었다. 사회혁신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거창한 것을 떠올린다. 김 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폐플라스틱으로 건축물 정도는 만들어야 사람들에게 ‘자원순환은 이런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회혁신은 일상과 멀리 떨어져 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내가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할 자격이 있나?’ 라는 의구심이 올라오면 김 씨는 충격 어택을 진행하며 만났던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린다. “스스로를 많이 의심했어요. 직접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런 의심은 사라지고, 조금씩 자신감이 채워지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잖아요. 완벽한 준비가 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려움도 많았지만 피하지 않고 부딪혔잖아요. 그동안 저를 보니 많이 성장해 있었어요. 이제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도 피하지 않고 해보려고 해요. 저도 몰랐던 저의 가능성을 본 거죠. 요즘 하루 하루가 신이 나요. 속된 말로 뽕이 찼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