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안전하고 즐겁게 산책하길 바랐어요.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 있는 길목과 어느새 푸르러진 공원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보이는 개들. 북슬북슬한 털에 분홍색 혀를 내밀고 주인의 보폭에 발맞춰 나란히 걷는 이 작은 존재들이 퍽 사랑스럽다. 귀여운 개들을 보고 돌아온 날에는 어린 아기들을 본 할머니라도 된 것처럼 따뜻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개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이나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과 시름도 크다.

보통의 혁신가 속 팀 중 하나였던 ‘도도’는 둘 사이의 오해를 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견주에게는 개를 산책시킬 때의 펫티켓*(*애완동물을 기를 때 지켜야 할 공공 예절)을 알리고, 비견주에게는 개와 견주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다. 도도의 철호 씨는 청소년 코칭을 오랫동안 해온 교육 전문가이자 12년 동안 개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과 개를 키우는 것이 다르지 않다며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철호 씨는 인터뷰 내내 키우는 개를 ‘딸’이라고 지칭했다. 함께 사는 개 사진을 내게 자랑하고는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철호 씨에게서 내 부모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팀 이름이 ‘도도’인 이유가 있나요?
도도는 제 반려견의 이름이에요. 우리 딸아이가 어렸을 때 데려왔어요. 한 12년 정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팀 이름을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온 것에서부터 남다른 사랑이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에 자녀 이름으로 가게 이름을 짓던 저나 제 친구들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처음 보통의 혁신가에서 제안하신 문제도 도도와 관련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의 혁신가에 도도라는 이름을 달고 참여하신 이유가 있나요?
도도랑 산책하다가 현수막을 보고 신청했어요. 어떤 문제든 상관없다고 쓰여 있던 게 계기가 됐죠. 처음에는 산책로에 배변 봉투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달라고 하려고 했죠. 개와 산책하다 보면 처리할 곳이 없다 보니 배변 봉투를 계속 들고 다니는 게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하자마자 수거함이 생겨버린 거예요. (웃음) 저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누군가가 민원을 넣었나 봐요.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하게 된 목적은 수거함 설치였으니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할지 망설였었어요. 그런데 보통의 혁신가에서 보여주는 캠페인 사례를 쭉 보다 보니 알게 됐어요.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꼭 어떤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요. 그러니까, 시민의식을 변화시키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요.
그래서 방향을 바꿔, 견주에 대한 비견주의 선입견을 없애고 즐거운 산책문화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제안하셨어요.
견주와 비견주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더라고요 저도 도도와 산책하다보면 도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을 매일 마주쳐요. 도도는 대형견이라서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사랑하는 제 딸을 데리고 매일 산책하는데, 남들이 싫어해요. 이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거든요. 선입견이죠. 물론, 견주들이 펫티켓을 잘 지켜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견주가 펫티켓을 잘 지키고, 비견주는 길에서 만나는 반려견들이 안전하고 잘 훈련받은 개라는 걸 알게 된다면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어요. 서로 소통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캠페인을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에는 이런 캠페인이나 변화의 움직임이 없었나요?
대체로 견주들 보라고 설치한 안내문들은 경고문이죠. 딱딱해요. 거부감이 들어요.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너 잡혀가’ ‘벌금이 얼마야’ 하는 식이잖아요. 경각심은 들지만, 아주 기분이 나빠요. 그건 좋지 않은 방식이거든요. 하지만 보통의 혁신가에서는 그걸 부드러운 방식으로, 디자인도 귀엽게, 거기다가 기획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힘, 협업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한데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안전사고에 유의할 수 있도록 산책 시 휴대폰 사용하지 않기’ ‘좁은 길에서는 견주가 안전한 벽이 되어 반려견 우측보행시키기’ 등을 적은 스티커와 유인물을 동물병원과 애견카페에 나누고 홍보했습니다. 협조를 구하고 데스크에 비치해서 견주 분들에게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라면서 적극적으로 협력과 동참을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귀엽다고도 말씀해주시고요.
또 표찰을 만들어서 지역 내에 있는 공원 입구와 배변 봉투 수거함 주위에 설치했어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요. 일부러 강아지 눈높이에 맞춰서, 개들이 냄새 맡기 좋아하는 곳들에 설치를 했거든요. 저는 아이디어만 던졌는데, 디자이너님이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기획하셨더라고요. 표찰 안에 배포될 유인물이 들어있어요. 사람들이 표찰과 유인물을 유심히 보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산책 문화가 변할 것 같은 기대가 돼서 설렜습니다.
공원에 설치된 표찰을 보았는데, 정말 아기자기하고 귀엽더라고요. 저도 말씀해주신 펫티켓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요. 정말 사람들의 호응을 보시며 뿌듯하셨겠어요. 혹시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시면서 마음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팀원들과 표찰을 설치하러 갔을 때 일인데요. 공원들을 지나면서 작은 야산을 하나 마주친 거예요. 저는 매일 산책하는 코스니까 이곳이 걷기 힘든 곳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함께 설치하러 온 분들은 평지로 생각하셨다가 별안간 산을 넘어가야 하니 깜짝 놀라신 거예요. (웃음) 꽤 더운 날이었거든요. 다 같이 동시에 그 산 앞에서 한숨을 “하아” 하면서 푹 쉬시더라고요. 그 표정들이 아직도 기억나요. (웃음) 표찰에 목재에 고무망치까지 들고 땀 뻘뻘 흘리면서 고생 좀 했죠.
아까 디자이너의 기획에 대해서 잠깐 말씀해주셨는데요. 조력자와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어떠셨어요? 혹시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힘든 건 없었어요. 재미있었어요. 제 딸이 안전하고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게 제게 중요한 문제니까 그게 저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팀원들과도 서로 협력이 잘돼서 즐거웠습니다. 디자이너분도 개를 키워보신 경험이 있어서 세심하게 결과물을 디자인해주셨고요. 팀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함께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은 주제를 제시하고, 한 명은 잘 정리해서 계속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고, 한 명은 완성시켰어요. 세 명이 호흡이 잘 맞았어요.
또 문제 해결 방식이 옆으로 샐 뻔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때마다 조력자들이 가야 하는 방향을 잘 코칭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 지점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어요.
보통 ‘팀플레이’ 하면 갈등이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데, 놀랍네요. 보통의 혁신가 이전에도 이런 협력의 경험을 통해 공공의 문제 해결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 혼자서 고군분투한 경험은 있죠. 안전신문고라고 들어보셨어요? 천안아산역부터 지산체육공원까지 오는데 너무 어둡더라고요. 딸아이가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당시에 길이 너무 어두워서 제가 마중을 나갔거든요. 그래서 안전신문고에 가로등 교체에 관한 민원을 올렸죠. 그런데 민원 한번 올린다고 해서 뭐가 바뀌지 않더라고요. 답변만 받고 실제로 바뀌지는 않아요. 그래서 계속, 주기적으로 전화를 해서 주무관님을 귀찮게 만들었거든요. (웃음) 그러니 두 달 만에 가로등이 교체되더라고요. 바뀌긴 했지만, 힘들었고 재미는 없었죠. 다만, 여러 번 말을 해야,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야 가능해진다는 걸 깨달았죠.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혁신
문제를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쳐 캠페인까지 해보셨는데, 보통의 혁신가에 처음 참여하실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과연 개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도 낯설었죠.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사고의 전환이 되었고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청소년 코칭을 하거든요. 아이 하나를 잘 키우면 이 아이 한 명으로 인해 주변의 백 명이 행복해져요. 그런 것처럼 이런 혁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한 명 만들어낸다면 백 명까지는 아니어도 그 가족을 포함해 몇십 명 정도는 행복해지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 주변 사람들에게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해보라고 추천하고 싶고, 더 확산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보통의 혁신가 시즌1은 끝났지만, 혹시 이번 캠페인을 발전시켜 볼 계획이 앞으로 있으신가요?
후속 과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팀원들에게 다음에 한 번 더 같이 하자고 제가 제안을 했거든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문제점인데요. 반려견주들이 공원의 잔디밭에서 반려견의 대소변을 보게 하는데, 반려견과 함께 잔디밭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잔디밭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게 불편할 수 있겠더라고요. 캠페인을 통해서 서로 만족할 수 있게끔 이런 문제도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팀원들이 또 함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철호 님에게 ‘혁신’이란 무엇인가요?
새롭고 유용한 가치를 수용하고 이것을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걸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이 가치에 동조하고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거요.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여도 누군가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사장되어버리니까요. 뭔가를 해야만 남들도 알게 되니까요. 행동하는 것. 그게 저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딸이 안전하고 즐겁게 산책하길 바랐어요.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 있는 길목과 어느새 푸르러진 공원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보이는 개들. 북슬북슬한 털에 분홍색 혀를 내밀고 주인의 보폭에 발맞춰 나란히 걷는 이 작은 존재들이 퍽 사랑스럽다. 귀여운 개들을 보고 돌아온 날에는 어린 아기들을 본 할머니라도 된 것처럼 따뜻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개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이나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과 시름도 크다.
보통의 혁신가 속 팀 중 하나였던 ‘도도’는 둘 사이의 오해를 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쳤다. 견주에게는 개를 산책시킬 때의 펫티켓*(*애완동물을 기를 때 지켜야 할 공공 예절)을 알리고, 비견주에게는 개와 견주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다. 도도의 철호 씨는 청소년 코칭을 오랫동안 해온 교육 전문가이자 12년 동안 개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이기도 하다. 그는 사람과 개를 키우는 것이 다르지 않다며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철호 씨는 인터뷰 내내 키우는 개를 ‘딸’이라고 지칭했다. 함께 사는 개 사진을 내게 자랑하고는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이런 철호 씨에게서 내 부모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팀 이름이 ‘도도’인 이유가 있나요?
도도는 제 반려견의 이름이에요. 우리 딸아이가 어렸을 때 데려왔어요. 한 12년 정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팀 이름을 반려견의 이름에서 따온 것에서부터 남다른 사랑이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에 자녀 이름으로 가게 이름을 짓던 저나 제 친구들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처음 보통의 혁신가에서 제안하신 문제도 도도와 관련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의 혁신가에 도도라는 이름을 달고 참여하신 이유가 있나요?
도도랑 산책하다가 현수막을 보고 신청했어요. 어떤 문제든 상관없다고 쓰여 있던 게 계기가 됐죠. 처음에는 산책로에 배변 봉투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달라고 하려고 했죠. 개와 산책하다 보면 처리할 곳이 없다 보니 배변 봉투를 계속 들고 다니는 게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하자마자 수거함이 생겨버린 거예요. (웃음) 저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누군가가 민원을 넣었나 봐요.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하게 된 목적은 수거함 설치였으니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할지 망설였었어요. 그런데 보통의 혁신가에서 보여주는 캠페인 사례를 쭉 보다 보니 알게 됐어요.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꼭 어떤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요. 그러니까, 시민의식을 변화시키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걸요.
그래서 방향을 바꿔, 견주에 대한 비견주의 선입견을 없애고 즐거운 산책문화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제안하셨어요.
견주와 비견주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더라고요 저도 도도와 산책하다보면 도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을 매일 마주쳐요. 도도는 대형견이라서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사랑하는 제 딸을 데리고 매일 산책하는데, 남들이 싫어해요. 이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거든요. 선입견이죠. 물론, 견주들이 펫티켓을 잘 지켜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견주가 펫티켓을 잘 지키고, 비견주는 길에서 만나는 반려견들이 안전하고 잘 훈련받은 개라는 걸 알게 된다면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어요. 서로 소통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캠페인을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에는 이런 캠페인이나 변화의 움직임이 없었나요?
대체로 견주들 보라고 설치한 안내문들은 경고문이죠. 딱딱해요. 거부감이 들어요.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너 잡혀가’ ‘벌금이 얼마야’ 하는 식이잖아요. 경각심은 들지만, 아주 기분이 나빠요. 그건 좋지 않은 방식이거든요. 하지만 보통의 혁신가에서는 그걸 부드러운 방식으로, 디자인도 귀엽게, 거기다가 기획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돼서 좋았어요.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하셨는지 궁금한데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안전사고에 유의할 수 있도록 산책 시 휴대폰 사용하지 않기’ ‘좁은 길에서는 견주가 안전한 벽이 되어 반려견 우측보행시키기’ 등을 적은 스티커와 유인물을 동물병원과 애견카페에 나누고 홍보했습니다. 협조를 구하고 데스크에 비치해서 견주 분들에게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라면서 적극적으로 협력과 동참을 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귀엽다고도 말씀해주시고요.
또 표찰을 만들어서 지역 내에 있는 공원 입구와 배변 봉투 수거함 주위에 설치했어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요. 일부러 강아지 눈높이에 맞춰서, 개들이 냄새 맡기 좋아하는 곳들에 설치를 했거든요. 저는 아이디어만 던졌는데, 디자이너님이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기획하셨더라고요. 표찰 안에 배포될 유인물이 들어있어요. 사람들이 표찰과 유인물을 유심히 보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산책 문화가 변할 것 같은 기대가 돼서 설렜습니다.
공원에 설치된 표찰을 보았는데, 정말 아기자기하고 귀엽더라고요. 저도 말씀해주신 펫티켓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요. 정말 사람들의 호응을 보시며 뿌듯하셨겠어요. 혹시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시면서 마음에 남는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팀원들과 표찰을 설치하러 갔을 때 일인데요. 공원들을 지나면서 작은 야산을 하나 마주친 거예요. 저는 매일 산책하는 코스니까 이곳이 걷기 힘든 곳인 줄 몰랐어요. 그런데 함께 설치하러 온 분들은 평지로 생각하셨다가 별안간 산을 넘어가야 하니 깜짝 놀라신 거예요. (웃음) 꽤 더운 날이었거든요. 다 같이 동시에 그 산 앞에서 한숨을 “하아” 하면서 푹 쉬시더라고요. 그 표정들이 아직도 기억나요. (웃음) 표찰에 목재에 고무망치까지 들고 땀 뻘뻘 흘리면서 고생 좀 했죠.
아까 디자이너의 기획에 대해서 잠깐 말씀해주셨는데요. 조력자와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어떠셨어요? 혹시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힘든 건 없었어요. 재미있었어요. 제 딸이 안전하고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게 제게 중요한 문제니까 그게 저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었고 팀원들과도 서로 협력이 잘돼서 즐거웠습니다. 디자이너분도 개를 키워보신 경험이 있어서 세심하게 결과물을 디자인해주셨고요. 팀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함께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은 주제를 제시하고, 한 명은 잘 정리해서 계속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하고, 한 명은 완성시켰어요. 세 명이 호흡이 잘 맞았어요.
또 문제 해결 방식이 옆으로 샐 뻔한 적이 몇 번 있는데 때마다 조력자들이 가야 하는 방향을 잘 코칭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 지점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어요.
보통 ‘팀플레이’ 하면 갈등이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데, 놀랍네요. 보통의 혁신가 이전에도 이런 협력의 경험을 통해 공공의 문제 해결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 혼자서 고군분투한 경험은 있죠. 안전신문고라고 들어보셨어요? 천안아산역부터 지산체육공원까지 오는데 너무 어둡더라고요. 딸아이가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당시에 길이 너무 어두워서 제가 마중을 나갔거든요. 그래서 안전신문고에 가로등 교체에 관한 민원을 올렸죠. 그런데 민원 한번 올린다고 해서 뭐가 바뀌지 않더라고요. 답변만 받고 실제로 바뀌지는 않아요. 그래서 계속, 주기적으로 전화를 해서 주무관님을 귀찮게 만들었거든요. (웃음) 그러니 두 달 만에 가로등이 교체되더라고요. 바뀌긴 했지만, 힘들었고 재미는 없었죠. 다만, 여러 번 말을 해야,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야 가능해진다는 걸 깨달았죠.
문제를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쳐 캠페인까지 해보셨는데, 보통의 혁신가에 처음 참여하실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과연 개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도 낯설었죠.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사고의 전환이 되었고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청소년 코칭을 하거든요. 아이 하나를 잘 키우면 이 아이 한 명으로 인해 주변의 백 명이 행복해져요. 그런 것처럼 이런 혁신을 실천하는 사람을 한 명 만들어낸다면 백 명까지는 아니어도 그 가족을 포함해 몇십 명 정도는 행복해지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 주변 사람들에게 보통의 혁신가에 참여해보라고 추천하고 싶고, 더 확산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보통의 혁신가 시즌1은 끝났지만, 혹시 이번 캠페인을 발전시켜 볼 계획이 앞으로 있으신가요?
후속 과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팀원들에게 다음에 한 번 더 같이 하자고 제가 제안을 했거든요.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문제점인데요. 반려견주들이 공원의 잔디밭에서 반려견의 대소변을 보게 하는데, 반려견과 함께 잔디밭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잔디밭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게 불편할 수 있겠더라고요. 캠페인을 통해서 서로 만족할 수 있게끔 이런 문제도 해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팀원들이 또 함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철호 님에게 ‘혁신’이란 무엇인가요?
새롭고 유용한 가치를 수용하고 이것을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걸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이 가치에 동조하고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거요.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여도 누군가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사장되어버리니까요. 뭔가를 해야만 남들도 알게 되니까요. 행동하는 것. 그게 저는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