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5.6 산성비] 워맨스가 필요해

워맨스가 필요해

기사 작성자 : 여울, 비타



각종 미디어에서 워맨스는 화제의 키워드다.

근데 워맨스가 뭔지 아는 사람?

오늘 워맨스에 매력에산성비의 오쓰, 여울, 비타와 함께 빠져보자

 


워맨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여울 | 워맨스(womance)는 여성(woman)과 로맨스 (romance)의 합성이며 여성들 사이의 진한 우정과 연대를 일컫는 말이다. 우정이 아녀도 배신과 경쟁도 포함할 수 있는, 여성서사를 의미하는 거죠.

오쓰 | 브로맨스는 다들 많이 접해서 익숙하잖아요. 남성들의 우정 혹은 배신 등의 이야기를 다룬 브로맨스가 아닌 요즘 여성과 여성사이의 관계를 전면에 내미는 워맨스가 3사 안방극장을 채울 만큼 인기예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 예능에서도 인기 있는 소재죠. 전 세계를 뒤흔든 오징어 게임의 지영과 새벽의 관계, 워맨스의 끝판왕 술꾼도시여자들, 예능엔 스트릿우먼파이터, 골때리는 그녀들. 비타 | 저는 진짜 여성서사는 절대 안 놓치고 다 보는 스타일이에요l

 

워맨스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영화 보신 적 있나요?

오쓰 | 저는 지금 가장 핫한 ‘스물다섯, 스물하나’요. 분명 주인공인 나희도와 함께 연애서사를 이루는 것은 남자 주인공인 백이진일텐데. 왜 저는 자꾸 라이벌인 고유림하고의 관계밖에 안 보이는거죠? 펜싱부의 꿈나무 희도는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고유림을 좋아하고 유림처럼 되고 싶어해 매일 토요일마다 찾아 갈 정도로 그에 대해 진심이죠. ‘나는 토요일마다 그를 보러간다. 사실은 나도 그 애처럼 빛나고 싶다.’ 그런 희도가 고유림에게 향한 동경과 존경 그리고 유림이가 희도에게 느끼는 자격지심과 경쟁심. 보통의 청춘 연애물에 여자와 여자가 경쟁구도를 가지게 되면 단순히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에서만 끝을 내거나 경쟁상대에게 새로운 애인(남자)을 줌으로써 사건이 마무리가 되는데, 희도와 유림은 항상 엇나가고 서로를 물어뜯고 싫어하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위로해주는 랜선 친구였단 반전요소가 있습니다. 진짜 서사 맛집이죠.

여울 | 결국 화해했잖아요?

오쓰 | 네, 경쟁원인이 남자가 아닐뿐더러 얼렁뚱땅한 사과가 아닌 서로를 위해 싸워주고 이해하고 서로를 위한 사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죠. 단순한 경쟁상대에 국한되어있지 않고 젠 성까지 떼서 다정하게 부르는 진짜 ‘친구’가 된거죠. 완전 알콩달콩한 사이가 됐잖아요. ‘널 좋아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네가 뭘 알아’ 이 드라마는 진짜다. 라고 생각했던 제 최애 대사입니다. 이 대사를 듣자마자 입으로 헉! 소리를 뱉었습니다. 이게 연애서사가 아닌 우정서사에서도 쓸 수 있다니! 여성서사의 끝판왕입니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출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홈페이지)


여울 | 아 저는 지금까지도 제 마음을 핫! 하게 만드는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가 떠오르는데요. 여성들의 멋진 액션 장면으로 저의 혼을 빼놓고 저에게 멕켄지 데이비스라는 배우를 알게 해준 고마운 영화입니다. 멕켄지 사랑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심판의 날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으며 멕켄지 데이비스, 나탈리 레이즈, 가브리엘 루나가 새롭게 참여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새로운 것도, 신비한 것도 아닌 여성들이 할 수 일들 중 하나를 영화로 제작한 것이라 생각해요. 세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 그리고 총과 칼을 들 수 있는 것은 남성들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실제로 영화 속 대부분의 러닝타임 동안 배우들은 총을 사용하고 몸싸움을 하거나 도끼를 들고 악당의 공격을 막아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꼭 알고 지나가야 하는 것은 그레이스(데이비스 맥켄지)가 대니(나탈리아 레이즈)에게 “넌 미래를 구하는 남자의 엄마가 아니라, 네가 바로 미래야”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심판의 날 이후 세상을 위해 싸우는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향해 하는 말인데요, 너무 멋있지 않나요? 진짜 최고의 명장면.

오쓰 | 돌아버리겠네요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출처 KBS 동백꽃 필 무렵 홈페이지)


비타 | 저는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옹산은 여성이 주가 되는 공간이에요.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고 남성들이 보조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군수가 되겠다는 규태도 자신이 아내보다 높은 지위를 얻어 떵떵거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변호사인 그의 아내 자영 앞에선 한마디도 못해요. 남편 없는 젊은 여자가 갓난아이를 안고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차린 동백이를 보고 주변 여성들이 엄청 경계를 하죠. 

사람들은 이를 보고 ‘여적여’라고 비판을 했는데 저는 마냥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부장제처럼 남성의 선택을 ‘차지’하기 위해 여성들이 경쟁을 버린 것이 아니고 이 옹산의 여자들은 가족을 책임지는 생계부양자로 나오잖아요? 남성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 ‘단속’하는 것이죠. 남성들이 자신을 ‘단속’하는 아내를 피하기 위해 찾은 안식처인 ‘까멜리아’ 못마땅해 하는거였어요. 왕따나 소외에는 아무 말도 못하던 동백이는 손님들이 땅콩 서비스를 요구하며 갑질 하거나 성희롱을 하면 멍청히 당하지도 않아요. 

동백은 가게 내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치부책에 적어뒀고, 이 치부책의 존재가 알려지자 그동안 동백을 경계하던 옹산 여성들은 환영하고 자신의 남편과 불륜을 의심하던 홍자영은 동백을 돕겠다고 자처하죠. 드라마의 핵심 갈등은 남성과 여성과의 관계 발전이 아니에요. 연쇄 살인범도 아니죠. 이 드라마의 중심서사는 여성들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있어요. 구박받는 동백이를 자기편으로 감싸주는 회장님, 동백이 직업여성으로 오해를 받자 향미는 거짓임을 증명해주며 동백이 까불이에게 살해협박을 받자 옹벤져스는 저녁 늦게 거리에서 운동을 하겠다고 츄리닝을 입고 나오죠. 또한 기자들이 그의 뒤를 캐내려고 하자 내쫓아내요 이게 어떻게 단순한 여적여 드라마 겠어요.

오쓰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여성 방송인들이 ‘여성들의 설자리가 부족하다’ 라고 입을 모았던 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이제 여성서사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된 거 같아요. 

 

그렇다면 왜 워맨스가 주목을 받고 있을까요?

오쓰 | 브로맨스도 유행이였는데 워맨스라고 유행못할 게 있을까요?

비타 | 그렇죠 그렇죠 (웃음)

여울 |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요. 과거에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목을 받았었잖아요. 마치 여성은 자신의 삶보다는 사랑, 일보다는 사랑, 가족보다는 사랑, 우정보다는 사랑을 선택하는 존재로 그려져온거 다들 아시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여성에게 사랑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거죠. 여성은 가정보다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러한 여성상이 자리 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워맨스 작품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차별이고, 두 번째는 여성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워맨스가 주목받게 되고 그에 따라 워맨스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너무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더 많은 가능성과 작품들이 만들어졌으면 하고,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배우, 여성영화 등의 단어가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의 배우와 영화로 불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비타 | 솔직히 ‘워맨스’라는 신조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사실 여자간의 관계를 다루는 드라마는 굉장히 많지 않았나요? 여자와 여자간의 다툼, 경쟁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진부한 구도로 진짜 많이 만들어 먹었죠. 고부갈등은 물론이고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여자들의 대립구도로 사용되는 게 진짜 잦았아요. 남자들의 대립은 갈등과 배신을 겪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반면에 여자들의 관계는 대립에서 멈추죠. 그렇다고 워맨스 드라마는 신분과 지위, 혈연관계 등 기존의 클리셰를 아예 탈피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여성관의 관계에 변화가 있다는 것에서 차별점을 갖죠. 앞에서 오쓰님이 말한 ‘스물다섯, 스물하나’처럼 여성들도 화해와 원의 관계로 발전 해 나가는 거죠.

오쓰 | 사실 드라마와 영화, 공연 문화의 핵심 주도층은 여성이라고 해요. 그래서 남자 배우 심의 이야기가 흥행할 가능성이 큰 거죠. 브로맨스가 많아진 이유도 마찬가지죠. 사실상 여성 배우는 로맨스를 제외하면 보기 드물었어요. 근데 볼게 많아진 지금 단순히 남성 하나만으로 흥행을 가늠하기엔 이제 힘들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취향이 많이 달라졌거든요. 단순히 남녀 관계의 사랑만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채울 수 없어졌고, 무조건 자극적인 드라마는 이제 조금은 인기끌기가 힘들어졌어요. 그해 우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자꾸 등장하네요)처럼 큰 악역은 없이 등장인물의 성장과 주변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그리고 이제 여성들도 스크린을 통해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싶어 해요. 이런 상황에 워맨스 속 여성들의 연대와 관계 맺음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 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독자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워맨스 드라마, 영화 등이 있을까요?

여울 | 저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건 ‘위국 일기’인데요. 위국 일기를 한 줄로 소개하자면 ‘낯가림 심한 이모와 혼자 남겨진 조카의 동거일기’를 그린 만화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키오(이모)가 아사(조카)를 처음 데려온 날입니다. 처음 와보는 집을 소개하며 마키오(이모)는 아사(조카)에게 “네가 잘 곳은 어제랑 똑같아 거기밖에 없어. 방은 늘 너저분하고, 난 대체로 기분이 안 좋고, 널 사랑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몰라. 하지만, 난 널 절대 짓밟지 않을거야”라고 말합니다! 정말 대박이죠? 과장하는게 아니라 이 장면을 보면서 심장이 저릿했다니깐요?!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모두 잃게 된 아사(조카)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서 가장 무관심해 보이던 마키오가 아사에게 관심을 보인거죠. 이모와 조카, 여성과 여성, 어른답지 않은 이모와 아무 거리낌 없는 조카가 만나 둘이 함께 더듬더듬 그려나가는 세대 차이 동거일기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비타 | 저는 마더랜드요. 포트 세일럼이이라는 마녀들의 군대에서 일어나는 판타지 드라마로 세명의 학도병을 중심으로 일어난 나는 이야기에요. 모계중심사회이고 일처다부제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어요. 남성은 여성의 기를 채워주는 존재이고 퀴어 요소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 우리 현대 사회와는 반대의 모습을 띄고 있죠.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다분하지 않나요?

오쓰 | 그러네요 (웃음)

비타 | 세 명의 주인공이 마녀들을 사냥하는 고대의 적의 본진으로 쳐들어가 갇혀있는 여자아이들을 구하고, '마녀역병'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하는 등 진짜 재미있는 미드거든요 진짜 추천합니다.

오쓰 | 저는 네이버 웹툰 허5파6 작가님의 작품을 거의 다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그림체는 단순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그에 걸 맞는 연출,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가님이죠. 웹툰 지망생 두 명의 이야기를 담은 ‘오라존미’ 소심한 성격에 게임중독인 미래의 일상을 담은 ‘여중생 A’ 사회와 단절되어 살아온 다혜가 자신과는 정반대의 동갑내기 이복동생 윤서를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 ‘푸쉬오프’가 작가의 대표적인 여성서사 웹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인공이 모두 여자이며 사실상 남자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죠. ‘오라존미’ 두 주인공 역시 여자이며, 퀴어적인 면모가 들어나고 여성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주인공이 성장해 나가요. 가장 잘 알려진 ‘여중생 A’에서도 주인공 미래와 가장 많이 부딪히는 노란이, 오묘한 관계의 백합이 모두가 여성으로 이야기가 써내려갑니다. 남성인 재희는미래를 이끌어주지 않고 보조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 신작 ‘푸쉬오프’도 마찬가지에요. 일부를 제외한 전체적인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아픔이 있고 사정이 없는 사람들이 없고 입체적이에요. 어쩌면 선과 악의 대립 구도에 지친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푸쉬오프를 제외한 모든 작품들은 완결작이니 한 번 보는걸 진짜 추천드려요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나 소감 부탁드려요.

오쓰 | 진짜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예능에서도 여성들이 자주 등장하고 여성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죠. 이제야 여성 희극인에게 커플상 따위가 아닌 상다운 상을 주는 세상에도달했어요. 우리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도록 ‘워맨스’ 미디어에 날개를 달아주도록해요.

여울 | 저는 앞으로 워맨스 도장깨기를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워맨스 합시다.

비타 | Womance With Me. 아, 안되는 영어하려니까 힘드네요. 제가 워맨스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워맨스를 마이너 요소라고 하더라고요? 워맨스를 이제 메이져로 만듭시다. 아니 이제 사실은 메이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