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터뷰] 충남사회혁신센터 박주로 센터장 인터뷰

지역의 미래가능성,

시민의 개인 역량에 달렸다.


우리 사회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 우리 사회의 이슈를 주도한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변방으로 취급된다. ‘지방’이라는 단어에도 수도권 중심주의가 내재해 있다. 이러한 관습과 틀을 깨고 충남 지역의 미래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충남사회혁센터(이하 센터)의 역할이다. 박주로 센터장은 “향후 10년 뒤 가까운 미래는 수도권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서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세상”이라며 “미래를 주도하는 것은 지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주로 센터장을 만나 지난 1년간 충남의 사회혁신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센터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살펴봤다.




▲ 충남사회혁신센터 박주로 센터장



지역에서 사회혁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10년 뒤에는 개인의 역량을 잘 이끌어내는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훌륭한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숨어 있는 개인의 장점과 자산을 발견해 어떻게 역량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죠. 이제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기업의 본사가 도쿄가 아닌 전국 각지로 퍼진 지 꽤 오래됐고, 미국이나 독일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그런 밸런스가 깨져 있잖아요. 플랫폼이나 사회적 이슈도 수도권 위주로 세팅되어 있어요. 충남에는 훌륭한 민간 플레이어가 많은데도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요.



충남 지역에서 사회혁신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충남이라는 광역 단위는 너무 넓어서 시민들을 만나고, 모으는 일이 쉽지 않죠. 주민들이 이런 사업에 참여하기도 힘들지만, 대부분 행정 사업에 동원되는 방식이었어요.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보다 누군가의 리더십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토양이었죠.



관료주의 내세우면 ‘필패’

관습을 무너뜨리는 경험 쌓아야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행정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굉장히 비대하다는 거예요. 민간과 적극적인 협력을 해본 경험도 많지 않아요. 모든 것을 다 통제하려는 관료 중심주의가 심합니다. 행정의 권한으로 혁신적인 활동을 울타리 안에 가두는 거죠. 이런 방식은 요즘 같은 시대에 필패할 수밖에 없어요. 개인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여러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방어기제가 너무 심한 거죠. 충남에는 기존 관습이나 제도를 선도해서 바꿔보는 경험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 사업은 공무원들의 이해와 제도 변화가 없으면 허들을 넘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충분히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을 꼽는다면? 

제일 아쉬웠던 것은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전부 막혔다는 겁니다. 센터가 입주해 있는 (구)중부농축산물물류센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촬영이 추진됐었는데 최종 무산됐어요. 도장만 찍으면 되는 단계였는데 말이죠. 차별성은 리스크를 감당했을 때 나오잖아요. 새롭게 도전할 생각이 없으면서 뭔가의 차별성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에요. 제도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도 ‘기존 사례가 없다’는 이야기를 100번도 넘게 들은 것 같아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충남사회혁신센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첫 해에 가장 집중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센터는 시민들의 사회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있지만, 충남 지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도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지역 내 인적, 물적 기반을 성실하게 쌓는 일입니다.1년 차에는 사회혁신을 위한 인적, 물적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열심히 해왔어요. 개인의 힘이 강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민간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계량화되어 있지 않아요.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이런 지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요. 그동안 행정이 맡은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개인, 시민단체, 기업 등 민간의 역량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거죠. 기초적인 분석을 계속하면서 충남사회혁신포럼 등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인적, 물적 기반을

확인하다


▲ 사회혁신 활동가들의 교류의 장 ‘혁신살롱



구체적으로 사업별로 센터의 활동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리빙랩 사업을 평가한다면?

사회혁신에 참여하는 대상의 폭과 주제가 넓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기존 정책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분들이 리빙랩 사업을 통해 드러난 경우가 많았어요. 2022년에 추진하는 ‘보통의 혁신가’ 사업은 그것을 더 파급력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의 문제, 가까운 이웃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에게 그런 자산과 장점이 있다.’ 시민들이 이런 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동안 사회혁신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참여할 수 없었던 분들이 사회혁신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열심히 해왔어요. 센터가 장애인, 난민, 니트청년 등 다양한 주제를 직접 선정해서 추진한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행정에서 관심이 부족한 부분도 함께 다루도록 한 거예요. 충남이 이러한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다면 미래에는 지역의 새로운 매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특히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기꺼이 내놓고 해결하는 플랫폼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당사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민의 등장과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군요. 어떤 의미인가요?

리빙랩 사업뿐만 아니라 기술혁신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러한 일을 다루는 사람들을 많이 발굴해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봤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통해 지역에서 각자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개별 시민들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가?’ 이것이 기술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보통 정부나 큰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주도해 나가잖아요. 시민들이 기술의 객체가 되면 그냥 치약 덜 쓰고, 플라스틱 안 쓰는 방식으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죠. 


기술혁신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발견했을 때 라운드 테이블이나 정책 제안 등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지만, 실제로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거든요. 저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분들이 서울 등 대도시를 찾아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작게라도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기술혁신과 관련해서 친환경 기술과 일상 기술에 집중하고 있어요. 충남의 환경오염은 전국에서 거의 1위 수준이거든요. 서해안의 해양오염은 세계에서 지중해 다음이에요. 이런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빠르게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 과정에서 친환경과 관련된 기술혁신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충남에 이주하거나 잔류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사회혁신의 문턱을 낮춘 ‘보통의 혁신가



‘충남이주계획’ 단점을 매력으로!


사람들을 충남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일본의 교토이주계획과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단순히 충남의 인구를 늘리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가치와 대안을 만들고 경제적으로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사회운동을 해보고 싶은 거죠.충남을 다양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고 싶은데, 결국 일자리가 없으면 낭만적인 구호에 그치거든요. 일단 메이커들의 베이스캠프를 만들려고 합니다. 충남으로 이주하고 싶었던 젊은 사람들이 저희를 통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각자가 가진 작은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수도권 사람들이 당장 이주하지 않더라도 1년에 한 달 정도는 충남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인생의 일정 부분은 다양성과 이웃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요.


기술혁신 활동을 총평한다면?

기술혁신과 관련해서 지난해는 충남 내의 인적, 물적 기반을 확인한 해였다고 한 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연결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세팅했어요. 올해부터는 좀 더 과감하게 더 훌륭한 기술혁신 프로젝트들이 런칭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특히 충격어택을 통해 초등학생 대상으로 어릴 때부터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고 봐요. 센터가 전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기반이 부족한 개인이나 팀이 저희 사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뿌듯합니다.



“센터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사회혁신이 이뤄지는 것이 목표”


충남사회혁신센터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중장기 구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2022년까지는 1기이고, 2025년까지는 2기, 그 이후가 3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1기의 목표는 그동안 등장한 사회혁신 의제들, 지역에 있는 훌륭한 기반들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하는 것이었어요. 우리 지역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해본 경험이나, 개인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본 경험도 많지 않아요. 저희가 1기 동안 집중했던 것은 ‘지역에 어떤 인적 물적 기반이 존재하는가?’,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부분이 실제로 문제인가?’ ‘그 문제가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선명하게 하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저희 멤버 중 한 분이 ‘단점과 문제점을 발굴하는 것보다 이제는 지역에 있는 자원과 장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산을 가지고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시즌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2기부터는 그동안 모았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할 겁니다. 앞으로 한 3년 정도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갈 때가 온 것 같아요.


▲ 지역의 다양한 의제를 다룬 ‘충남사회혁신포럼’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자발성의 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면 지원사업이 없어도 상관없거든요. 사회혁신과 관련 인적, 물적 기반을 5년 안에 최대한 쌓고, 시민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함께 설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지역에는 훌륭한 분들이 계시지만, 아직 자신의 문제를 의제화하거나 프로젝트를 기획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 너무 많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행정 정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분들의 언어를 번역해 드리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는 거죠. 그런 사람이 앞으로 100명, 500명, 1000명이 등장하고 네트워킹 되어서, 서로가 하는 일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지역으로 만들고 싶은 거죠.


센터의 역할

#돌파 #연결 #촉진


이러한 목표를 위해 센터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 까요?

충남사회혁신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기존 정부나 지자체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선제적으로 돌파하는 데 있다고 봐요. 과거처럼 행정 사업에 동원되어 시 간과 비용을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소득을 창출해 활동이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저희 역할인 것 같아요. 10년 뒤 지역이 미래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는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역할을 개인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과 자산을 적재적소에 연결하고 촉진하는 센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내년에 저희 공간이 생기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효과를 극대화해보려고 합니다. 


사회혁신에 참여하고자 하는 충남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충남에는 훌륭한 자원이 많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선제적으로 새로운 일을 해본 경험은 부족한 거죠. 앞으로의 관건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개인의 잠재력을 충남이 다른 지역보다 얼마나 빨리 끌어올릴 수 있느냐’입니다. 10년 뒤에는 충남이 미래를 주도하면서, 기꺼이 이주해서 살고 싶은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센터는 그런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많이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충남에는 훌륭한 자원이많다고 생각해요.

관건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개인의 잠재력을

충남이 다른 지역보다

얼마나 빨리 끌어올릴 수있느냐’ 입니다.

10년 뒤에는 충남이미래를 주도하면서,

기꺼이 이주해서 살고 싶은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