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터뷰] 나사렛대 산학협력단 전방연 박사

장애인의 일상생활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발굴 및 실험 연구

사회약자를 위한 ‘리빙랩’ 참여,

청년들이 달라지다



▲나사렛대학교 산학협력단 팀장  전방연 박사




#장애인의_외출 #대학생+교수 #열정

“사실은 우리가 충남사회혁신센터 사업 수탁 받으려고 신청했거든요. 지역단체들하고 컨소시엄 구성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발표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우리는 똑 떨어진 거야. 그런데 리빙랩을 같이 해 보자고 손을 내밀더라고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하는 마음으로 덥석 잡았죠. 그런데 같이 해보니까 정말 손 들었어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나사렛대 산학협력단 팀장인 전방연 박사는 경쟁자였던 충남사회혁신센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센터는 장애인을 위한 리빙랩 연구 프로젝트를 나사렛대에 제안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젝트에는 당사자의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 사업의 틀에 끼워 맞춰서는 제대로 된 사회혁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진정성이 보였어요. 사업비 쓰는 부분이야 우리도 정부사업 많이 해봤으니까 한계를 잘 알죠. 그럼에도 사업계획서에서 고민이 담은 게 느껴졌어요. ‘사업비가 있으니 이렇게 해라’ 그러면 우리도 딱 그렇게는 할 수 있어요. ‘너희는 이것을 잘할 것 같으니 이것을 좀 담아줄래?’ 라는 방식이었죠. 우리가 문제에 부딪히면, 실험 내용이 너무 좋으니까 그대로 담아가자고 응원해주기도 했어요.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고 있다는 마음을 받은 것 같아요.”

 


사회혁신에 대한 진심이 통하면 열정이 생긴다 

▲ 장애인 생활개선을 위해 회의를 하고 있는 교수진과 대학생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자 나사렛 대도 진심을 다했다. 나사렛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재활복지특성화대학으로 장애인 관련 전공분야도 다양하고 재학생 중 400여 명이 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장애인들의 행동 특성에 대한 학생 및 교직원 등의 전반적 이해도가 높다.


교내 장애인을 대상으로 활동할 동아리를 ‘체인지메이커’라는 이름으로 모집했다. 원다이, 피베리, 웰페어, APA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4개 팀이 모였다. 전체 프로젝트 미팅에서 주제를 ‘장애인의 외출’로 잡고 쇼핑, 여행, 운동, 야외놀이 등 세부 주제를 4개 팀이 나눠서 맡았다. 룰은 간단했다. 9회에 걸쳐 매주 점심시간에 동아리별로 2명 이상 모여서 미팅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 첫 모임에서 연구비를 비롯해 진행사항에 대해 모두 공개했다. 각각 과제를 정하고 조사하고 설문지를 만들고 1차 실험을 바탕으로 2차 실험을 진행했다. 

“빠르게 과제를 진행하기보다 장애인들이 4개 외출 영역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조차 깨닫지 못하는 개선점을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했어요.”

손병창 교수, 장성필 교수, 전방연 팀장, 미래교육협회 김남현 대표 등 전문가들도 진심을 다해 참여했다. 수시로 SNS와 문서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놀랍게도 동아리 16명 전원이 거의 매주 회의에 참석했다. 전문가들의 피드백으로 수많은 수정사항이 제시됐다. ‘체인지메이커’ 4개 팀은 기존 구상에 대한 변경을 거듭하며 과제를 수행했다. 




‘장애인의 외출’

당사자의 관점을 담다

‘피베리’는 ‘외출을 위한 장애인 거주지의 베리어프리’로 시작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쇼핑카트 개발’로 변경됐다. 당사자 인터뷰를 하면서 카트만으로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트 내 진열대의 높이 및 휠체어 회전 반경 등을 포함한 쇼핑카트 개발’로 구체화됐다. 동행한 휠체어 장애인을 관찰을 하며 최종적으로 피팅룸, 진열대 보호펜스, 진열대 문열림 방향 등 마트 전체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 수차례 협의를 통해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나가는 참가자들


‘웰페어’는 처음에 장애아동 가족들의 ‘테마파크 외출’로 주제를 잡았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큰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애아동 부모들을 인터뷰하면서 집 근처 놀이터라도 마음 놓고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고, ‘무장애 통합 놀이터’에 대한 프로젝트로 변경했다. 공공놀이터에 대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천안시 소재 공공놀이터들에 대한 평가와 이 결과를 공유하는 앱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로 이어졌다. 


‘원다이’는 휠체어 장애인이 해변가에서도 이용 가능한 휠체어 바퀴를 개발했고 이동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APA’는 시각장애인들도 공용체육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점자스티커를 제작했다. 


“점자스티커를 공원 체육시설에 설치하려고 시청에 알렸는데 공무원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거예요. 어떤 공무원은 응원하는데 시설 담당 공무원은 시각장애인이 공원시설에서 운동을 하면 위험하니 점자스티커를 붙이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한참 고민하는데 사회혁신센터에서 그냥 그대로 진행하라고, 안 되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했죠.


▲ 장애인 생활개선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


청년들이 사회혁신에 관심을 가지려면

프로젝트 안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 팀장의 생각이다.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를 실행했을 때

눈빛이 달라지고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점자스티커를 부착했고 참여 학생들은 장애인을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향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모든 동아리가 처음보다 발전했어요. 이런 리빙랩 실험을 대학에서 진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겁니다. 이번 계기로 대학사업과도 연결시켜 보려고요. 다음 리빙랩에는 장애인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동아리에 가점을 주려고 합니다.”


리빙랩에 참여한청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리빙랩 프로젝트를 하면서 문제를 어떻게 도출해 내야할지 고민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배웠습니다. 피드백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도 고민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었던 배움의 과정이었던 거 같습니다.”

- 참가자 A


“비장애인인 우리가 무엇인가 생각해서 ‘이런 건 도움이 되겠지?’라고 했던 것들은 실제 장애인들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부분들이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할 땐 항상 장애인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의견을 구하고 장애인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 참가자 B




청년들이 사회혁신에 관심을 가지려면 프로젝트 안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 팀장의 생각이다.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를 실행했을 때 눈빛이 달라지고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실패, 성공 상관없이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성취가 생긴다”며 “긍정, 도전, 성취의 순환과정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더라”고 말했다.


“혁신은 가치의 변화와 태도라고 생각해요. 1도가 변하고 그게 시간이 쌓이면서 일어나는 일 아닐까요? 그래서 충남사회혁신센터의 프로젝트들도 장기적으로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지금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면서 진행하는 시도인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