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문제'라고 인지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충남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인터뷰하여 

사회혁신 인적 기반의 토대를 다지는

사회혁신가 발굴 및 저변 확대 프로그램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 <디자인사과나무> 박소산&최시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

<디자인 사과나무> 박소산 & 최시내



충청남도 구석구석에 있는 혁신가들을 만나 그들의 여정을 캐 보았던 혁신살롱과 시민들이 직접 주변의 불편을 해결해 볼 수 있는 보통의 혁신가, 이 사업들을 함께 만든 디자인사과나무를 만났다. 사과나무는 이명재 씨, 박소산 씨, 최시내 씨가 근무하는 천안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곳은 단순한 디자인 회사가 아니다. 사과나무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한다.
하는 일의 종류도 다양하다. 디자인 외에도 혁신 살롱과 보통의 혁신가처럼 각종 기관의 행사나 사업을 기획하고 때때로 글도 쓰고 편집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종종 다 같이 국내와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이 설명을 읽고선 누군가는 ‘어떻게 직장 동료와 그럴 수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의문은 사과나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사라질 것이다. 더 나아가선 이럴 수도 있다. ‘어떻게 그들과 직장 동료가 될 수 있을까?’라고.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소산  거실 책상 앞이요. 여기서 주로 일을 해요. 일기 쓰거나 술을 마시기도 하고요.

시내  저도 거실인데요. 저는 주로 책상 앞 소파에 널브러져 있어요. 앉아서 밥도 먹고 TV도 보고. ‘이제 일해야겠다.’라고 마음먹을 때나 책상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요.

 

집에서 일을 하신다니! 일과 쉼 사이에 경계는 명확한가요?

소산  아니요. 집에서 일을 많이 하거든요. 한 번은 집에서 일하지 않으려고 사무실에 있어봤는데, 밤 11시까지 있게 되더라고요. 이것도 좀 극단적인 것 같아서 그냥 집에서 일해요.

시내  저는 그 경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편이라, 일은 거의 사무실에서 해요.

 

사과나무가 회사라기보다 프리랜서 모임 같았거든요. 프리랜서들은 집에서 일하기도 하니까 여쭤봤어요.

소산 월급제인데 일은 프리랜서처럼 해요. 일이 많을 때만 과업 분배를 하고 보통은 각자에게 연락 온 일을 각자 처리해요. 예를 들면, 사장님이 일을 많이 안 하겠다고 선언하셔서 그분께는 기본급을 드리고, 평균보다 일이 많아지면 인센티브를 지급해요.

시내  아 지금 사과나무 대표는 소산 언니에요. 사장님(이명재 씨)을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과나무 최초의 사장님이었기 때문이에요.

 

점점 사과나무가 궁금해져요. 사과나무는 디자인 회사인데 디자인만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돈이 목적이 아닌 활동도 하는 것 같았고요.

소산  다른 디자인 회사처럼 의뢰가 들어오면 작업물을 주고 돈을 받지만, 일이면서 일이 아닌 활동들도 하고 있어요. 시민 단체에서 요청하는 행사를 기획하거나 디자인 인력이 필요할 때 종종 활동과 업무를 결합해서 참여하는 거죠.

시내 사과나무 전 멤버가  ‘난리법석’이란 미디어 연대 프로젝트를 함께 해요. 군산 평화운동 단체 ‘평화바람’과 청주 미디어 교육 단체 ‘공룡’과 함께 군산의 미군 기지 운동을 알리고자 만든 프로젝트에요. 잡지 팀, 노래 팀, 문화기획 팀, 팟캐스트 팀이 있고, 한 달에 한 번 팽팽 문화재라는 축제도 열어요. 사과나무는 여기서 주로 평화바람이라는 잡지디자인을 하지만, 글도 쓰고 편집도 하고 다른 과업 기획에도 참여했어요.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사과나무

 


평화바람을 말씀해 주셔서 그런데, 사과나무의 작업물을 보다 보니 고객사들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권이나 비건 등, 흔히 진보적이라고 하는 주제들이 많더라고요.

소산  특별히 그쪽에서 일을 많이 주기 때문이에요. 참여하는 시민 활동에 말씀하신 고객들이 전부 연결이 되어있거든요. 사장님이 활동하면서 소개받은 다른 단체에서 종종 일거리를 받아오셔서 덕분에 먹고 살고 있어요.

 

이런 곳은 어떻게 직원을 채용하나요? 두 분이 사과나무에 들어오게 된 경위가 궁금해요.

시내 서울에서 편집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데 아는 이모가 제 사정을 듣고 천안에서 오래 디자인하신 분이라며 사장님을 소개해 주셨어요. 전 그냥 아르바이트 거리 정도 받으며 취업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사장님을 만났고요. 그 뒤로 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사과나무에서 같이 일하기, 근처 협동조합에 소개받기, 그냥 일하는 장소만 사과나무로 하기’라는 제안을 주셨어요. 전 원래 목표가 있으니까 망설였는데 주변 분들이 전부 사장님 좋은 사람이고, 누구든 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그 말에 ‘한 번 해보자’하고 입사했죠.

소산  전 2012년에 청년 활동 모임에서 사장님을 알게 됐는데요. 거기서 포스터 제작 인력이 필요하다길래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디자인이 뭔지 몰랐지만 포토샵은 다룰 수 있었거든요. 디자이너 앞에서…. 그런데 어느 날 사장님이 갑자기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거예요. 전 이 업계 자체를 몰랐으니까 거절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제게 주어진 그 자리는 모두가 탐내는 자리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사과나무에 합류했죠.

 

두 분 다 극적으로 사과나무에 들어오셨네요. 운명 같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여쭈어보는 건데, 예전부터 사과나무에서 하는 활동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요?

시내 네. 제가 자라면서 교회에서 만나왔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더라고요. 아빠가 진보적인 교단의 목사이시고 주변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고등학교도 대안학교를 나왔고요. 그렇지만 당연하게 하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는데요, 사과나무에 들어와서 기회를 얻어 이제는 가능해졌어요. 예를 들어서, 사장님께서 페미니즘 독서모임을 추천해 주셨을 때 제가 “저 페미니스트 아닌데요.” 이랬죠. 정체화하는 데에 두려움이 있었나 봐요. 그래도 일단 해보고자 모임에 참여했고, 그 활동을 통해 제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됐고요.

소산  저는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유아특수교육과 전공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교생까지 하고 너무 힘들어서 휴학하고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지내다가 대안교육 잡지를 보게 됐어요. 거기서 대안학교 인턴 공고를 발견했고 지원했죠. 대안학교는 신세계였어요. 인턴 기간 중 다양한 활동가들을 만났고, 물 안 쓰는 여행도 해보고, 생태 교육과 인권 교육도 들어봤고요. 재밌었어요.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려면 저만의 무기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디자인 툴을 배웠던 건데, 그대로 디자이너가 되었네요.

 

들을수록 흥미진진해져요. 사과나무로 일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작업이 있을까요?

시내  416 관련 작업이요. 사과나무에 들어올 때는 416 추모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요. 그때 천안의 416추모행사 현수막 일러스트를 작업을 맡게 됐어요. ‘나같이 생각 없는 애가 이 일을 맡아도 되는 건가?’하면서 경직된 채 작업에 임했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제가 일로서 추모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다가오더라고요. 한 번은 416 약속 국민연대 소식지 표지를 맡게 되어서 노란 옷을 입은 아이들이 고래와 편안하게 헤엄치는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런 그림을 그려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일과 시민 활동 참여’라는 연속성을 깨달아서 어떤 일도 허투루 할 수 없게 됐어요. 

소산  저는 2년 전에 만들었던 <안 신비한 동물 사전>이라는 책 작업이 제일 기억나요. 디자인이 힘들어서 잠시 도망쳤다가 돌아오면서 마음을 다 잡고 일을 하려는 때에 사장님을 통해서 동물권 책을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출판사도 만들고 디자인도 하고 책 제작부터 유통까지 출판 전 과정을 경험했죠. 제가 책을 좋아하던 터라 더 의미 있는 과정이었어요. 그 뒤로는 제 디자인에 자신이 없어 대충 처리하던 태도를 다 잡을 수 있었죠.

 

그러면 작업을 제외하고 사과나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예요?

소산  작년에 진안으로 여행 간 거요. 사과나무로 돌아오면서 ‘10년만 같이 일하자’라던 사장님이 1년 만에 그만두겠다고 하셨을 때였는데요. 저는 사과나무 운영 걱정, 시내는 개인적인 고민 때문에 모두가 마음 복잡한 상태에서 간 여행이에요. 거기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사과나무가 회사가 아닌 공동체라고 느껴지는 거예요. ‘우리는 앞으로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가기로 맹세했어요. 

시내 제가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어요.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많이 피로했죠. 그런 상태에서 사장님이 그만 두신다는 얘기를 듣고 ‘어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먼저 발을 뺐어야 했는데! 그 상태로 진안에 가서 대화를 나누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음을 다 잡았어요.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사과나무일은 별개라고 여겼는데 이제부터 어찌 되든 서로 함께 하겠다고 마음먹고 보니,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사과나무일로 엮어야겠더라고요. 사과나무에서 할 일이 단순한 일이 아니게 된 거죠.


또 다른 고민이 생겼지만 그래도 서로가 회사가 아닌 공동체라 여긴다니, 꿈같은 이야기예요. 그런데 사과나무는 왜 서울로 가지 않나요? 정량적인 기회는 서울에 많잖아요.

소산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역에서도 작은 단위로 할 수 있어서요. 또 저희는 천안에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있는 거예요. 사실 같이 일해오고,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은 시민단체들이 노후화되고 정체되어있단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일단 재정이 열악하고 그 때문에 새로운 일을 만들거나 기발한 기획을 하기 어려운 구조에요. 디자인이 필요한 일이 적어지고, 단가도 너무 낮아요. 그런데 저희가 지역에서 살아남고 그들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려면 언제까지 이럴 순 없겠죠? 이제는 이런 생태계를 바로 잡아가며 좋은 것들을 같이 만들어야 된다고 봐요. 사과나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좋겠어요. 먼저 고객들에게 역으로 디자이너랑 일하는 방법, 출판 트렌드 등을 알려주고 제안하는 것부터 해보려 해요.

시내 저는 사과나무가 ‘지역에도 이런 일자리가 있다. 디자인, 기획, 활동 전부 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역에서 그 의미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요. 한편으로는 다른 지역에서도 일이 많이 들어오니까, 저희가 어디 있든지 상관없기도 하거든요.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데, 천안에 처음 자리를 잡아버려서 계속하는 것도 있어요. 



사과나무의 공간을 책모임&워크숍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저는 ‘천안이 좋아서요’ 같은 가벼운 대답을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상당한 의무감으로 지역에 계시는 거네요. 사과나무로 활동을 하면서 주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소산 내 일을 잘 할 때? 내 작업물이 마음에 들 때. 남 마음에 드는 건 상관없어요.

시내 내가 마음에 안 든 걸 남이 좋다고 하면 그 말이 잘 안 와 닿아! 내가 마음에 들었는데 남들도 좋아하면 기분 좋아지는 거지.

 

두 분을 힘들게 하는 게 있나요? 좌절시키는 거라든지.

소산 작업이 안 될 때. 디자인에 자신 없었을 때는 열심히 해도 잘 안되면 더 그랬고요. 그리고 매일 많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겪는 소통 실패로 작은 좌절 같은 게 쌓이긴 해요.

시내 저희 노동을 외부에서 인정해 주지 않을 때 힘들어요. 작업 과정을 너무 간단하게 보고, 쉽게 평가하고, 별거 아니란 듯 요구하는 소통을 할 때면 감정이 많이 소모돼요.

 

이렇게 일을 하고 활동을 하는데, 세상이 너무 바뀌지 않는 것 같을 때는요?

소산  세상은 늘 쉽게 바뀌지 않는단 생각은 해요. 제 활동이 힘이 미칠 거란 생각을 한 적도 없어요. 녹색당 같은 소수정당 활동을 하다가도 지나고보면 그 활동이 허무하다 느껴질 때도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뭐라도 조금씩 하면 불안감 같은 게 사라져요. 천천히 좋아질 것이다 라는 기대는 하죠. 그래서 쉬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고 작은 일을 하는데 의미를 두는거죠. 기대도 없으니 좌절도 별로 없어요.

시내 저도 제 힘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어요. 그리고 저는 단체들이 가는 길에 제힘을 필요로 한다면 ‘그래 같이하자’라는 태도라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무력감을 느끼진 않아요.

 

두 분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시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 그래서 저와 가장 가까워야 하고 재밌어야 하는 것 같아요.

소산  80% 정도는 견디는 것! 디자인도 어떤 건 되게 재밌고, 어떤 건 재미없어요. 나머지 20% 신나는 일을 벌이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사과나무에서 이 일을 계속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소산  사과나무에 돌아오면서 10년은 하기로 했으니까, 오늘이 10년 중 한순간에 있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어요. 이제는 나름 디자인도 재밌고, 기획 일도 잘 맞거든요. 또 사과나무에서 만나는 일들을 저의 성장의 기회로 받아드릴 수 있는 힘이 조금 생겼어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내 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거든요. 시각적인 것을 만들고 싶었던 건데 막상 해보니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요. 이 일을 할 때는 소통 능력이 중요한데 제가 잘 못한다거나, 작업해야 하는데 동기부여가 잘 안될 때도 있고요. 그렇지만 사과나무에서의 일들이 제가 할 수 일 중에 저랑 가장 가까운 일 같거든요. 사과나무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과나무로 일하는 것, 만족하시나 봐요.

소산  네. 사과나무가 하고 싶은 일의 모든 판을 열어주고 있어서요. 그리고 노동 환경으론 사과나무만한 곳이 없죠. 쉬고 싶을 때 쉬고, 나오고 싶을 때 나오고. 일 년에 몇 번씩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하고, 몇 주 동안 휴가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3명이 일하는 구조 안에서 서로 역할을 잘 나누고 배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그게 엄청 어려운 일이죠. 

시내 저도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한 선택 중에 가장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주기적으로 함께 여행을 다니는 사과나무



사과나무에서 일하며 생긴 개인적인 철학이나 기준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시내 일을 고를 때 기준이 돈이 아닌 제가 됐어요. 여기서 일하다 보니 돈을 많이 줘도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면 동기부여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보수는 적어도 재미있어 보이면 하게 되고요. ‘나에게 더 가까운 일을 하는 게 맞다.’ 이렇게 판단하게 됐죠.

소산  저는 ‘온전한 믿음을 주는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요. 제가 사장님에게 완전한 신뢰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그걸로 제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항상 내 편인 사람 덕에 잘 살고 싶어지고 남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졌어요. ‘사장님처럼 살아야지.’라고 마음먹게 됐다니까요.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해요.

소산 성공적으로 사과나무를 그만 두기! 충분히 열심히 일하고 욕심부리지 않으며 ‘이걸로 되었다.’ 하면서 다음 일을 하고 싶어요. 여기 시내는 떡상을 꿈꾸고 있어요.

시내 아니 제가 그 관심을 감당할 그릇인지 살면서 한 번은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떡상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하하하. 그리고 저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혁신살롱 진행, 어떠셨어요?

소산 재밌었는데 한 번에 많은 이야기들을 보니까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한 번 즈음은 해봤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언제 또 이렇게 에디터 팀을 만들어 보겠어요?

시내 전 담당자는 아니지만, 여러 사람을 섭외해서 사업 이끌 수도 있다는 걸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혁신살롱을 이끌면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두 분께 혁신이란 뭔가요?

소산 너무 많이 봐서 지겨운 단어. 그렇지만 이야기를 부르는 단어인 것 같아요. 혁신가분들 모두 본인은 혁신가가 아니라고 하시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혁신이란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실마리라고 생각해요.

시내 특별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단어라는 것 정도?

 

그러면 두 분께 혁신가라고 남이 붙여주면, 수긍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소산 모르겠다!

시내 모르겠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어떻게 만드는가? 누가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할지 언제 마무리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결과에 닿기까지 묵묵히 정진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도하는 그 상태를 넘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도 마찬가지다. 반짝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언제까지고 계속 존재할 수 있어야만 의미를 남기고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계속 버틸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만들어낼 수 있는 걸까. 이런저런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역시 ‘동료’다.

사과나무는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부 분열로 인해 혁신의 기회조차 틔우지 못하고 스러지는 수많은 단체들 사이, 사과나무가 우뚝 서있다. 서로를 언제든지 기대며 살아갈 존재로 볼 수 있는, 우리는 회사가 아니라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는 사과나무 세 명의 연대감이야말로 혁신이다. 일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지역 안에서 자신들의 의무를 어김없이 찾아내는 사람들이 만나 사회 혁신의 싹을 틔운다.
누구 하나라도 빠지면, 사과나무를 더 이상 사과나무라고 부를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완전한 느낌 때문일까. 청춘 드라마의 말도 안 되는 개연성보다도 더 개연성 없어 보이는 셋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언제 가도 천안 한구석에서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만 같다. 그래주면 좋겠다.

 

디자인사과나무 자세히보기


인터뷰이  | 박소산, 최시내     글·정리 |성지연

(design.sorrytr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