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아영 씨를 검색하면 ‘충남 최연소 기초 의원’이라는 수식이 함께 나온다. 정말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서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서일까. 아영 씨는 지역 연고도 없는, 결혼도 안 한 젊은 여자애, 투명 인간 취급을 받던 예비 후보에서 어느덧 의정 활동 5년 차에 접어드는 재선 의원이 되었다. “정치권에서도 혁신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요, 정치인이 된 순간 저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더라고요.”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역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리며 천안시 청년실태조사를 하고 의회에서 직접 유기동물보호소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을 트는 아영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가 종이를 하나 드렸는데요. 이 인터뷰는 혁신가의 공간에 초대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의 인터뷰랍니다. 혁신하면 거창하고 특별해 보이는데, 조금 힘을 빼고 일상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어요. 아영 씨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와.. 그림 정말 오랜만에 그려보는 것 같네요. 인터뷰 방식이 너무 새로워요. 주로 차 안에 많이 있어요. 이런저런 행사와 만남이 많으니 이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요. 조금 일찍 도착하면 한 3, 40분 정도는 그냥 차 안에서 이렇게 누워있죠. 뜨끈히 틀어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편히 기대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 아무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그냥 그런 고요한 시간이 가장 좋더라고요. 또 저에겐 그 공간이 차 안밖에 없더라고요.
시의원, 정치인 하면 뭔가 어려운 느낌이에요.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이라고 하죠.. 예산의 적절성, 효율성을 살펴보고요. 또 정책에 있어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잡아내는 역할도 하고요. 지방자치단체의 법을 조례라고 하는데, 그런 조례를 만들거나 개정하는 역할도 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저같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대를 읽는 것이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대를 읽는다라... 인터뷰 오기 전에 어떤 의정활동을 하셨는지 검색을 해봤어요. 길고양이나 반려동물 같은 동물권 관련한 활동이 인상 깊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반려견을 키웠거든요. 13년간 함께한 친구를 하늘나라에 보내기도 했고요. 그 후 새로 만난 친구와도 벌써 8년이나 됐어요. 그래서 반려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도 있었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반려인들의 선택권이 달라지거든요. 우리 천안시 같은 경우는 반려견 놀이터가 도솔광장밖에 없는데, 다른 지역의 반려인들은 또 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시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행정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의회에서 목소리를 내게 됐어요. 사실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이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지역에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하시는 분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아이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많이 찾아보기도 했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우리 지역 현황은 어떤지,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직은 동물권이 모두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라 좀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새로운 조례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일도 무척 큰일이죠. 사실 처음 동물권 이야기를 했을 때 시의회 안에서도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 사람에 대한 정책을 해도 모자라는데 동물권이 무슨 말이냐 이런 이야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생각해보면요, 옛날에는 우리가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길고양이라고 부르잖아요. 또 예전엔 행정에서 길고양이 급식터, 집터를 만드는 것은 아예 상상도 못 했던 일이고요. 3~40년 후에는 다른 동물들을 위한 급식터가 생길 수도 있겠죠. 결국 급식터나 집터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동물권에 대한 요구 또한 사람이 하는 거고요. 지금은 동물권에 대한 부분은 시대적 과제라고도 생각합니다.

"저같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대를 읽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동물권 외에도 다양한 정책과 활동들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소개해주세요 작년에 월경권 관련한 5분 발언을 했었어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가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도 격차가 존재하더라고요. 토론회에도 참여하고 열심히 공부했었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던 중에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부모님이 생리대 사용 방법에 관해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생리대에 익숙해져야 하는 아이들도, 또 그걸 지켜보고 가르쳐야 하는 부모도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하더라고요. 토론회 현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또 나왔었어요. 조례에 그 내용을 꼭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었거든요. 작년 11월에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강제 조항으로 담은 「천안시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서 제정됐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에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회기 중에만 일하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아니었지만.. 하루에 에너지가 10만큼 있다면 어떻게 배분해서 사용하고 있나요? 저는 거의 10을 다 일 하는 데 쓴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하는 편이라.. 뭔가 정책이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게 좀 안 풀린다든가, 더 잘하기 위해서 고민한다든가 할 때는 집에 가서 잠들기 전까지도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죠. 아니.. 오로지 일 뿐인가요 정말? 일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면서 보내세요? 음.. 일 외에는 사실 저만의 시간은 거의 없어요. 뭐, 만들고자 한다면 당연히 만들 수 있긴 하겠지만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사치 같고 죄짓는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정말 제 역할은 최선을 다해서, 일을 잘하고 싶거든요. 의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너무 지쳐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를 해보자는 결심에 새해부터는 헬스, 스피닝, 필라테스 이렇게 할 수 있는 패키지를 6개월 치 끊어놨어요. 사실 그러고 한 번도 못 가보긴 했어요. 이제 딱 보름 됐네요. 정말 일에 푹 빠져 사시네요. 그래도 여름에 휴가는 가시죠? 갈 때도 있고... 근데 꼭 노트북은 들고 가요. 재작년 여름휴가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남자친구랑 저희 강아지랑 캠핑을 하러 갔을 때였어요. 휴가 전에 동물보호 활동하시는 분이랑 회의하는데 복날을 앞두고 대형견들이 입양을 많이 가는 게 좀 꺼림칙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담당 과장님께 전수조사 부탁을 드렸었죠. 근데 아니나 다를까 입양 갔던 많은 아이가 실종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제가 의회 반려동물연구모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휴가 중에 노트북을 켰죠. 연구모임 차원에서 성명서를 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휴가 중에 성명서를 내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 휴가 기간인 2박3일 내내 언론사에서 전화가 쏟아졌죠. 그때도 그랬고, 여하튼 일이 안 낄 수가 없어요. 지치지는 않으세요? 지금 재선이니까 몇 년을 개인 시간 없이 일에 몰두한 상태로 산 거잖아요 지치죠. 왜냐면 사실 잘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일도 일정 부분 그럴 수밖에 없는 직업이니까요. 인간관계도 어렵고.. 사람들의 여러 가지 시선들이 사실 저는 좀 괴로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버티는 힘이 있다면 지역의 민원이나 또 시정의 여러 방향이 나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변화되는 게 보일 때, 그런 소명 의식 같은 걸 가지고 버티는 것 같아요. 보람이나 성취감이 너무 크니까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차가워 보인다, 사나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에요. 아까 운동을 등록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올해는 이렇게 몸의 근육도 키우면서 마음의 근육도 키우고 싶어요.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무남독녀 외동딸로 되게 부유하게 자랐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IMF가 터지고 나서 집안이 어려워졌어요. 부모님께서 공정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은 일들을 겪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정치나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들을 바꾸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죠. 사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꿈이 국회의원이었어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검색사이트에 “국회의원 되는 법”을 검색 해봤죠. 지식인 답변에 첫 번째, 시민단체에서 30년 이상 활동을 하거나, 두 번째, 돈이 많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돈도 없고 얼른 하고 싶은데...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정당을 하나씩 검색 해봤어요. 그중 제가 좀 더 좋아하고 철학적인 가치를 배우고 싶은 정치인들이 있던 당이 제가 지금 속해 있는 정당이었어요. 거기다 마침 그때 정당의 당헌당규가 개정되면서 대학생위원회라는 조직이 새로 생긴 거예요. 거기다 또 충남도당 대학생 위원장을 뽑네요. 그래서 지원했고, 그렇게 대학생 위원장이 되어서 활동했어요. 졸업할 즈음이 되니까 충남도당에서 당직자 채용을 한대요. 여러 고민 끝에 공채에 응시했죠. 정당의 일과 구조부터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당직자로 활동을 하다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 거예요. 오.. 이렇게만 들으면 거의 계획대로 된 것 같아요 그렇죠..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어떻게 시기가 잘 맞아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들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왜 안 어려웠겠어요. 여자로서 또 경험이 없는 청년으로서 어려움에 많이 부딪혔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고, 없는 일까지 끌어와서 밤새도록 일했어요. 저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죽을힘을 다해서.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인정해 주셨던 것 같아요. 직업 자체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젊으시잖아요. 그래서 오는 다른 형태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당선됐을 때 충남 최연소 의원이기도 했고, 지역구도 평균 연령대가 높은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의정활동을 하거나 선거운동 할 때 그런 어려움들은 없었나요? 처음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 그러니까 경선 전에는 사실 좀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죠. 정말 저희 동네는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으세요. 젊은 여성에 지역 연고도 없다 보니 좀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도 계셨던 것 같아요. 경로당 인사 다닐 때 어떤 어르신이 지팡이로 저를 툭툭 치면서 “시집도 안 간 여자가 어디서...” 그런 얘기를 하면서 혼내셨던 기억이 나요. 그땐 차만 타면 엄청 울었죠. 난 진짜 일 열심히 할 자신 있는데.. 막 그런 생각 하면서. 그래서 되게 많이 서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역에 가면 어르신들도 그렇고 통장님이나 주민자치위원분들도 잘 대해주세요. 무엇보다 일로 인정해주시니까 그게 가장 좋아요. 사실 시청이나 의회에서도 처음엔 좀 당황스러우셨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또 성격상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저는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 조례 제출, 하다못해 민원까지 다 제가 스스로 해요 정말.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제가 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방향이나 여러 가지를 더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제는 처음이랑 시선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또 노력하는 걸 잘 봐주셔서 감사하죠.
"저는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 조례 제출, 하다못해 민원까지 다 제가 스스로 해요 정말.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제가 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방향이나 여러 가지를 더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제는 처음이랑 시선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사실 지방의회의원들은 지역 유지 혹은 자기 사업체를 갖고 활동하시다 오신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이 이후에 나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까 하는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으세요? 있죠.. 왜냐하면 저는 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그리고 가거든요. 목표를 세워둬야 추진력이나 원동력이 더 생겨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좀 고민이 많죠. 그러니까 정말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향은 무엇일지.. 누가 저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사실 행복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내가 그냥 열심히 했던,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떤 성취감이나 보람으로 버티는 건데. 앗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인데..(웃음) 근데 그만큼 힘들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기 때문에 고민이 있어요. 일단은! 지금의 목표는 그냥 4년 동안 맡은 일을 열심히 하자!입니다. 이 인터뷰의 이름이 혁신살롱인데요. 처음 섭외 연락 받으시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본인이 혁신가라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정치권에서도 혁신이라는 말 참 많이 하잖아요. 저는 제가 혁신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혁신가가 되고자 노력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는 거고요. 그런데요. 정치인이 된 순간 저 자체가 개혁해야 할 대상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정당의 구성원이고 또 현역 정치인이기 때문에. 다만 그 안에서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 또 어떤 활동을 하느냐 늘 생각하고 실천해야죠. 혹시 소박한 꿈이 있다면? 소박한 꿈이라.. 요즘 사실 꿈을 꾸지 않아서..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이 생각밖에 없어서,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냥 제 개인의 몸과 마음이 좀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상처를 좀 덜 받고 더 잘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원대한 꿈은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결국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가장 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종교가 불교거든요. 그래서 힘들 때마다 절에 많이 가요. 선거운동 할 때도, 특히 2018년도에 힘들 때면 선거 운동복 집어 던지고 가서 한참 울다 나오고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마음을 터놓을 곳도 없으니까. 법륜스님 말씀도 많이 듣는데, 그러면서 거기 달린 댓글들을 보게 돼요. 보면 직장에서의 상처, 친구들 사이에서의 상처들.. 결국 인간관계의 상처들이 많더라고요. 참 안타까운 게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고, 왜들 그렇게 힘들게 살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상처를 서로 보듬는 것도 사람들인데. 그래서 원대한 꿈이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이 잘 지냈으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신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신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으세요? 사실 이 질문을 딱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개농장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 또 얼마 전 세 모녀 사건처럼 생계가 어려운 분들도 떠오르고.. 근데 원대한 꿈이랑 좀 비슷할 것도 같아요. 그냥 모든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의정활동 하면서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정말 신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하.. 처음부터 끝까지 이타적인 사람...! 혹시 못 한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지방의원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몇몇 잘못된 사례들이 나와서 그런지, 지방의원들에 대한 시선이 좀 왜곡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들거든요. 근데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정말 그래도 공부하고자 하고 또 지역의 일을 열심히 고민하고 목소리 내고자 하는 의원들이 많아요. 당연한 거지만. 저 역시 더 노력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함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더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끝나고 보니 제가 뭔가 너무 기운 빠지는 얘기만 한 건 아닐까 죄송하네요. 근데 저 또 일할 때는 신명 나게 합니다!!
"월경권, 길고양이, 장애보조견, 청년, 반려동물, 위기취약가구, 유기동물보호소, 천안시 성인지예산제 실효성 향상조례, 천안시 성별영향평가 조례, 천안시 동물보호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천안시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 아영 씨의 의회 5분 발언과 시정질문의 주제, 그리고 아영 씨가 대표로 발의한 조례 일부이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했지만, 수많은 변화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세상에서 무엇을 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속에서 아영 씨가 읽어낸 것들은 무엇일까. 보기와는 다르게 상처를 잘 받는다며 웃는 아영 씨를 보며 어느 책에서 봤던 글귀가 떠올랐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때로 즐거운 마음으로 조간신문을 펼쳤다가도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물론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하지만 그 약한 마음을 통해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장 건강한 몸은 금방 지치는 몸이다. 자신은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한 것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리고, 쉽게 상처받고, 금방 지치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원래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다.“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마음의숲
아영 씨가 상처받는 마음으로 읽어내는 시대, 지치는 몸과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안전망이, 또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 테다. 그래도 아영 씨의 바람대로 조금은 더 몸과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기를, 그리고 올해 여름휴가는 휴가답기를 바란다. 더 신명 나서 일하는 모습을 봐야 하니까. |
상처받는 존재들의 처지를 아는 정치인
천안시의원 복아영
복아영 씨를 검색하면 ‘충남 최연소 기초 의원’이라는 수식이 함께 나온다. 정말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서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서일까. 아영 씨는 지역 연고도 없는, 결혼도 안 한 젊은 여자애, 투명 인간 취급을 받던 예비 후보에서 어느덧 의정 활동 5년 차에 접어드는 재선 의원이 되었다.
“정치권에서도 혁신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요, 정치인이 된 순간 저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더라고요.”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역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리며 천안시 청년실태조사를 하고 의회에서 직접 유기동물보호소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을 트는 아영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가 종이를 하나 드렸는데요. 이 인터뷰는 혁신가의 공간에 초대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의 인터뷰랍니다. 혁신하면 거창하고 특별해 보이는데, 조금 힘을 빼고 일상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어요. 아영 씨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나를 나답게 만드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와.. 그림 정말 오랜만에 그려보는 것 같네요. 인터뷰 방식이 너무 새로워요. 주로 차 안에 많이 있어요. 이런저런 행사와 만남이 많으니 이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요. 조금 일찍 도착하면 한 3, 40분 정도는 그냥 차 안에서 이렇게 누워있죠. 뜨끈히 틀어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편히 기대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 아무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그냥 그런 고요한 시간이 가장 좋더라고요. 또 저에겐 그 공간이 차 안밖에 없더라고요.
시의원, 정치인 하면 뭔가 어려운 느낌이에요.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이라고 하죠.. 예산의 적절성, 효율성을 살펴보고요. 또 정책에 있어 합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잡아내는 역할도 하고요. 지방자치단체의 법을 조례라고 하는데, 그런 조례를 만들거나 개정하는 역할도 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저같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대를 읽는 것이로 생각하고 있어요.
시대를 읽는다라... 인터뷰 오기 전에 어떤 의정활동을 하셨는지 검색을 해봤어요. 길고양이나 반려동물 같은 동물권 관련한 활동이 인상 깊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반려견을 키웠거든요. 13년간 함께한 친구를 하늘나라에 보내기도 했고요. 그 후 새로 만난 친구와도 벌써 8년이나 됐어요. 그래서 반려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도 있었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반려인들의 선택권이 달라지거든요. 우리 천안시 같은 경우는 반려견 놀이터가 도솔광장밖에 없는데, 다른 지역의 반려인들은 또 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시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측면에서 행정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의회에서 목소리를 내게 됐어요.
사실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이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지역에서 길고양이 보호 활동하시는 분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아이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많이 찾아보기도 했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우리 지역 현황은 어떤지,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직은 동물권이 모두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라 좀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새로운 조례나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일도 무척 큰일이죠. 사실 처음 동물권 이야기를 했을 때 시의회 안에서도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 사람에 대한 정책을 해도 모자라는데 동물권이 무슨 말이냐 이런 이야기도 있었고요. 하지만 생각해보면요, 옛날에는 우리가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길고양이라고 부르잖아요. 또 예전엔 행정에서 길고양이 급식터, 집터를 만드는 것은 아예 상상도 못 했던 일이고요. 3~40년 후에는 다른 동물들을 위한 급식터가 생길 수도 있겠죠. 결국 급식터나 집터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동물권에 대한 요구 또한 사람이 하는 거고요. 지금은 동물권에 대한 부분은 시대적 과제라고도 생각합니다.
"저같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시대를 읽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동물권 외에도 다양한 정책과 활동들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소개해주세요
작년에 월경권 관련한 5분 발언을 했었어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가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도 격차가 존재하더라고요. 토론회에도 참여하고 열심히 공부했었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던 중에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부모님이 생리대 사용 방법에 관해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생리대에 익숙해져야 하는 아이들도, 또 그걸 지켜보고 가르쳐야 하는 부모도 굉장히 고통스럽다고 하더라고요. 토론회 현장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또 나왔었어요. 조례에 그 내용을 꼭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었거든요. 작년 11월에 장애를 가진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강제 조항으로 담은 「천안시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서 제정됐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에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회기 중에만 일하는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아니었지만.. 하루에 에너지가 10만큼 있다면 어떻게 배분해서 사용하고 있나요?
저는 거의 10을 다 일 하는 데 쓴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하는 편이라.. 뭔가 정책이나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게 좀 안 풀린다든가, 더 잘하기 위해서 고민한다든가 할 때는 집에 가서 잠들기 전까지도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죠.
아니.. 오로지 일 뿐인가요 정말? 일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면서 보내세요?
음.. 일 외에는 사실 저만의 시간은 거의 없어요. 뭐, 만들고자 한다면 당연히 만들 수 있긴 하겠지만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사치 같고 죄짓는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저는 정말 제 역할은 최선을 다해서, 일을 잘하고 싶거든요. 의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너무 지쳐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를 해보자는 결심에 새해부터는 헬스, 스피닝, 필라테스 이렇게 할 수 있는 패키지를 6개월 치 끊어놨어요. 사실 그러고 한 번도 못 가보긴 했어요. 이제 딱 보름 됐네요.
정말 일에 푹 빠져 사시네요. 그래도 여름에 휴가는 가시죠?
갈 때도 있고... 근데 꼭 노트북은 들고 가요. 재작년 여름휴가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남자친구랑 저희 강아지랑 캠핑을 하러 갔을 때였어요. 휴가 전에 동물보호 활동하시는 분이랑 회의하는데 복날을 앞두고 대형견들이 입양을 많이 가는 게 좀 꺼림칙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담당 과장님께 전수조사 부탁을 드렸었죠. 근데 아니나 다를까 입양 갔던 많은 아이가 실종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제가 의회 반려동물연구모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휴가 중에 노트북을 켰죠. 연구모임 차원에서 성명서를 내야 할 것 같은 거예요. 휴가 중에 성명서를 내고,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 휴가 기간인 2박3일 내내 언론사에서 전화가 쏟아졌죠. 그때도 그랬고, 여하튼 일이 안 낄 수가 없어요.
지치지는 않으세요? 지금 재선이니까 몇 년을 개인 시간 없이 일에 몰두한 상태로 산 거잖아요
지치죠. 왜냐면 사실 잘해도 욕먹고 못 해도 욕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일도 일정 부분 그럴 수밖에 없는 직업이니까요. 인간관계도 어렵고.. 사람들의 여러 가지 시선들이 사실 저는 좀 괴로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버티는 힘이 있다면 지역의 민원이나 또 시정의 여러 방향이 나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변화되는 게 보일 때, 그런 소명 의식 같은 걸 가지고 버티는 것 같아요. 보람이나 성취감이 너무 크니까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차가워 보인다, 사나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사람이에요. 아까 운동을 등록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올해는 이렇게 몸의 근육도 키우면서 마음의 근육도 키우고 싶어요.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무남독녀 외동딸로 되게 부유하게 자랐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그랬는데, IMF가 터지고 나서 집안이 어려워졌어요. 부모님께서 공정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은 일들을 겪는 걸 보면서 그때부터 정치나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들을 바꾸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죠. 사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꿈이 국회의원이었어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검색사이트에 “국회의원 되는 법”을 검색 해봤죠. 지식인 답변에 첫 번째, 시민단체에서 30년 이상 활동을 하거나, 두 번째, 돈이 많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돈도 없고 얼른 하고 싶은데...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정당을 하나씩 검색 해봤어요. 그중 제가 좀 더 좋아하고 철학적인 가치를 배우고 싶은 정치인들이 있던 당이 제가 지금 속해 있는 정당이었어요. 거기다 마침 그때 정당의 당헌당규가 개정되면서 대학생위원회라는 조직이 새로 생긴 거예요. 거기다 또 충남도당 대학생 위원장을 뽑네요. 그래서 지원했고, 그렇게 대학생 위원장이 되어서 활동했어요. 졸업할 즈음이 되니까 충남도당에서 당직자 채용을 한대요. 여러 고민 끝에 공채에 응시했죠. 정당의 일과 구조부터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당직자로 활동을 하다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게 된 거예요.
오.. 이렇게만 들으면 거의 계획대로 된 것 같아요
그렇죠..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어떻게 시기가 잘 맞아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들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왜 안 어려웠겠어요. 여자로서 또 경험이 없는 청년으로서 어려움에 많이 부딪혔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고, 없는 일까지 끌어와서 밤새도록 일했어요. 저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죽을힘을 다해서.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인정해 주셨던 것 같아요.
직업 자체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젊으시잖아요. 그래서 오는 다른 형태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당선됐을 때 충남 최연소 의원이기도 했고, 지역구도 평균 연령대가 높은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의정활동을 하거나 선거운동 할 때 그런 어려움들은 없었나요?
처음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 그러니까 경선 전에는 사실 좀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죠. 정말 저희 동네는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으세요. 젊은 여성에 지역 연고도 없다 보니 좀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도 계셨던 것 같아요. 경로당 인사 다닐 때 어떤 어르신이 지팡이로 저를 툭툭 치면서 “시집도 안 간 여자가 어디서...” 그런 얘기를 하면서 혼내셨던 기억이 나요. 그땐 차만 타면 엄청 울었죠. 난 진짜 일 열심히 할 자신 있는데.. 막 그런 생각 하면서. 그래서 되게 많이 서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역에 가면 어르신들도 그렇고 통장님이나 주민자치위원분들도 잘 대해주세요. 무엇보다 일로 인정해주시니까 그게 가장 좋아요.
사실 시청이나 의회에서도 처음엔 좀 당황스러우셨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또 성격상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저는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 조례 제출, 하다못해 민원까지 다 제가 스스로 해요 정말.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제가 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방향이나 여러 가지를 더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이제는 처음이랑 시선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또 노력하는 걸 잘 봐주셔서 감사하죠.
사실 지방의회의원들은 지역 유지 혹은 자기 사업체를 갖고 활동하시다 오신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이 이후에 나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까 하는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으세요?
있죠.. 왜냐하면 저는 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그리고 가거든요. 목표를 세워둬야 추진력이나 원동력이 더 생겨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좀 고민이 많죠. 그러니까 정말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향은 무엇일지.. 누가 저한테 행복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사실 행복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내가 그냥 열심히 했던, 말씀드렸던 것처럼 어떤 성취감이나 보람으로 버티는 건데. 앗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인데..(웃음) 근데 그만큼 힘들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기 때문에 고민이 있어요. 일단은! 지금의 목표는 그냥 4년 동안 맡은 일을 열심히 하자!입니다.
이 인터뷰의 이름이 혁신살롱인데요. 처음 섭외 연락 받으시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본인이 혁신가라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정치권에서도 혁신이라는 말 참 많이 하잖아요. 저는 제가 혁신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혁신가가 되고자 노력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는 거고요.
그런데요. 정치인이 된 순간 저 자체가 개혁해야 할 대상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정당의 구성원이고 또 현역 정치인이기 때문에. 다만 그 안에서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스스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 또 어떤 활동을 하느냐 늘 생각하고 실천해야죠.
혹시 소박한 꿈이 있다면?
소박한 꿈이라.. 요즘 사실 꿈을 꾸지 않아서..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 이 생각밖에 없어서,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냥 제 개인의 몸과 마음이 좀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상처를 좀 덜 받고 더 잘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원대한 꿈은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결국 사람으로 인한 상처가 가장 큰 것 같더라고요. 저는 종교가 불교거든요. 그래서 힘들 때마다 절에 많이 가요. 선거운동 할 때도, 특히 2018년도에 힘들 때면 선거 운동복 집어 던지고 가서 한참 울다 나오고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마음을 터놓을 곳도 없으니까. 법륜스님 말씀도 많이 듣는데, 그러면서 거기 달린 댓글들을 보게 돼요. 보면 직장에서의 상처, 친구들 사이에서의 상처들.. 결국 인간관계의 상처들이 많더라고요. 참 안타까운 게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고, 왜들 그렇게 힘들게 살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상처를 서로 보듬는 것도 사람들인데. 그래서 원대한 꿈이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이 잘 지냈으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신이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신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으세요?
사실 이 질문을 딱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개농장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고.. 또 얼마 전 세 모녀 사건처럼 생계가 어려운 분들도 떠오르고.. 근데 원대한 꿈이랑 좀 비슷할 것도 같아요. 그냥 모든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의정활동 하면서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정말 신이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요.
하.. 처음부터 끝까지 이타적인 사람...! 혹시 못 한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지방의원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몇몇 잘못된 사례들이 나와서 그런지, 지방의원들에 대한 시선이 좀 왜곡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들거든요. 근데 사실 시대가 변하면서 정말 그래도 공부하고자 하고 또 지역의 일을 열심히 고민하고 목소리 내고자 하는 의원들이 많아요. 당연한 거지만. 저 역시 더 노력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함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더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끝나고 보니 제가 뭔가 너무 기운 빠지는 얘기만 한 건 아닐까 죄송하네요. 근데 저 또 일할 때는 신명 나게 합니다!!
"월경권, 길고양이, 장애보조견, 청년, 반려동물, 위기취약가구, 유기동물보호소, 천안시 성인지예산제 실효성 향상조례, 천안시 성별영향평가 조례, 천안시 동물보호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천안시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
아영 씨의 의회 5분 발언과 시정질문의 주제, 그리고 아영 씨가 대표로 발의한 조례 일부이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했지만, 수많은 변화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세상에서 무엇을 보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속에서 아영 씨가 읽어낸 것들은 무엇일까.
보기와는 다르게 상처를 잘 받는다며 웃는 아영 씨를 보며 어느 책에서 봤던 글귀가 떠올랐다.
“가장 건강한 마음이란 쉽게 상처받는 마음이다. 세상의 기쁨과 고통에 민감할 때, 우리는 가장 건강하다. 때로 즐거운 마음으로 조간신문을 펼쳤다가도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물론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하지만 그 약한 마음을 통해 우리는 서로 하나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장 건강한 몸은 금방 지치는 몸이다. 자신은 지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한 것들은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리고, 쉽게 상처받고, 금방 지치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원래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다.“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마음의숲
아영 씨가 상처받는 마음으로 읽어내는 시대, 지치는 몸과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안전망이, 또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 테다. 그래도 아영 씨의 바람대로 조금은 더 몸과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기를, 그리고 올해 여름휴가는 휴가답기를 바란다. 더 신명 나서 일하는 모습을 봐야 하니까.
인터뷰이 | 복아영 글·정리 | 임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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